아가페 영어학교 학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강사 노명선씨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서준영 기자>
‘아가페 영어학교’
노명선 교장 10년째 무료운영
치매예방 좋고 자녀들도 기뻐해
개교때부터 출석 10년 개근생도
70대 선생님과 팔순을 넘긴 학생들이 함께 하는 유쾌한 영어수업.
6일 ‘아가페 영어학교’의 수업을 참관한 소감이다. 한인보이스카웃, 노인동우회의 기초를 다지는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다 1995년 은퇴한 노명선(76)씨가 이 학교의 교장이면서 유일한 교사다.
이민 오기 전 한국에서 20년간 영어선생님으로 근무했던 노씨가 영어교실을 시작한 것은 중풍으로 쓰러졌다 기적적으로 회복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나 같은 처지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영어교실을 시작했는데 세월이 참 빠르네요.”
10년째 무료로 운영되고 있는 이 학교의 내부를 살짝 들여다본다.
오전·오후반을 합쳐 70여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평균나이는 가볍게 70을 넘긴다. 치매예방을 위해 10년째 수업에 참여하는 의리파 학생부터 노 강사의 명강의 소문을 듣고 한 달 전 입학한 신입생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교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
수업을 듣는 이유는 영어실력은 천차만별이지만,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두 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이 즐겁기만 하다.
매일 2시간씩 버스를 타고 학교에 등교하는 강신실(83·샌타모니카) 할머니는 “선생님이 발음도 좋고 문법을 재미있게 가르친다”며 “내가 행복하니까 자녀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1995년부터 수업을 듣고 있는 남명희(82·LA) 할머니는 “미국에 왔으니까 당연히 영어를 해야지”라며 자신 있게 “아이 네임 이스 명희 남”이라고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자랑했다.
손주의 재롱을 볼 나이에 힘든 영어공부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물어보니 한 목소리로 속내를 털어놓는다. “영어 때문에 자존심 상할 때가 너무 많았거든.”
아가페 영어학교에서는 청년(?)인 이명숙(75·LA) 할머니는 “선생님의 명 강의에 이제는 미국사람을 만나도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며 “우리 선생님 최고!”를 외친다.
학교 이름 변천사도 재미있다. 10년 전 천광 노인대학으로 시작해 U.N.I장수대학을 거쳐, 아가페 영어학교로 불리고 있다. 다음주부터는 아메리칸 웨스턴 영어학교로 이름이 바뀐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동안 장소를 무료로 빌려줬던 천광병원, U.N.I병원, 아가페병원에 감사하는 뜻으로 각 병원의 앞 글자를 학교 이름으로 사용한 것. 11일부터는 6가와 놀만디 아메리칸 웨스턴 대학에서 내어 준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올 해 장소를 무료로 대여해 줬던 아가페 병원 정영애 원장은 “어르신들이 양로원에서 똑같은 일상을 사는 것보다 머리를 쓰며 영어공부를 하는 게 치매예방과 건강에 좋다”며 “사실 병원 입장에서는 별 도움이 안 됐지만, 병원에서 어르신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영어를 배우러 간다는 말에 손녀딸이 ‘푸하하’ 소리내며 웃고, 일제시대 때 학교에서 배운 영어발음을 고치는 게 너무너무 어려워도 6일 수업에서 동사의 시제를 배운 아가페 영어학교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삶은 항상 미래형이다. 문의 (213)999-0447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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