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햄블린 경관이 교통위반으로 적발된 한 운전자에게서 술냄새가 나자 플래시라이트를 비추며 눈동자를 확인하고 있다.
“눈알 굴려… 일자로 걸어… 깔대기 불어”
글렌데일 경찰국
특별단속반
본보기자 동승기
“술 마실 일은 많고, 집은 멀다.” 술자리 많은 연말, 음주운전도 많고 사고도 많다는 연말은 각 경찰국과 셰리프국에게도 음주운전 적발 ‘대박’의 계절이다. 음주운전 적발에는 안전지대가 없다. 집앞 익숙한 골목골목에서도 경찰들은 음주운전자 단속의 칼을 갈고 있다. 한인들의 주요 주거지로 각광 받는 글렌데일 경찰의 야간 순찰을 동행 취재했다.
<글 배형직·사진 서준영 기자>
경찰이 술냄새를 풍기는 한 교통위반자에게 음주측정기를 들이대고 불게하고 있다.
정지명령에 도주·미소 작전
규정속도 기계처럼 능청파도
9일 밤 11시 글렌데일 경찰국 관할지역중 하나인 몬트로즈/라크레센타 지역. 이날 순찰을 맡은 패트릭 햄블린 경관은 멀찌감치 술집이 보이는 길목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한인들이 거주지로 선호하는 지역이어서 과연 음주운전자가 있을지 사뭇 긴장됐다.
야간순찰은 교통법규 위반 차량과 음주운전자에 집중된다. 상습 과속 구간에서 스피드건으로 과속여부를 측정하거나, 신호등이 끝나고 정지신호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제대로 서지 않는 운전자들이 1차 타겟이다.
모범운전자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나치게 천천히 움직이는 차량도 어둠 속 어딘가에 숨죽이고 있는 경찰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다.
수상스러웠던 몇 명의 운전자들이 무사히 검문을 통과한 후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순찰차쪽으로 우회전하던 소형 도요타 트럭이 순찰차가 움직이는 낌새를 눈치챘는지 좁은 골목 사이로 재빠르게 달아나기 시작했다.
1분도 안되는 짧은 추격전 끝에 트럭은 멈춰섰다. 운전자는 뜻밖에도 16세의 고등학생. 옆자리 여자 친구까지 태우고 친구집에서 놀다 오는 모양새다.
도망친 것이 괘씸해 음주측정을 해보니 혈중알콜농도 0.03%가 나왔다. 그제서야 친구 집에서 코로나 한병을 마셨다고 고백한다. 법적기준치인 0.08%보다도 훨씬 낮지만 21세미만 미성년음주운전으로 적발됐기 때문에 정지신호 위반 티켓 2장에 더해 1년간 운전면허 정지 처벌까지 받게 됐다. 그 사이 연락을 받은 학생의 부모가 나타났다.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미성년 운전자를 단속한 후에도 햄블린 경관은 끊임없이 수상스러운 차량을 세웠다. 이런 경관들이 깔려 있으면 LA 외곽 주거지역에 산다고 안심하고 음주운전을 하고 돌아가다가는 바로 집 앞에서 걸릴 것이다.
이번엔 40대 남성이 걸렸다. 차에서 내리면서부터 슬슬 ‘비굴’한 웃음으로 경찰에게 잘보이려 하는 모양새가 무언가 캥기는 것이 있는게 분명하다. 미소 작전으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음주 테스트. 손전등 따라 눈돌리기, 한발 들고 100까지 세기, 발붙여 1자로 걷기까지 열심히(?)도 시험을 통과했지만 결국 충혈된 남성의 눈빛은 음주측정기계를 불게 만들었다.
0.04~0.06%를 오락가락한 알콜농도 덕에 다행히도 ‘경고’만으로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여기서 운전대를 잡는 것은 금물. 집이 몇블록 앞이라고 했으니 ‘차는 여기다 두고 걸어가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이날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햄블린 경관이 세워 단속한 차량만 20여대. 연말 야간 순찰은 음주운전 단속에 집중된다는 말이 실감난다.
음주운전자가 많이 적발 안돼 미안한(?) 표정까지 지은 햄블린 경관은 “어제밤에는 5번 프리웨이에서 콜로라도 블러버드 출구로 나오던 음주운전 차량이 사고를 내 대형사고로 이어질뻔 했다”면서 “음주운전자 단속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음주운전이 나만이 아닌 남의 생명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hjba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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