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을 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잠이 오지 않는다. 아이들 걱정, 모기지 페이먼트 걱정, 해고 걱정… 수도 없이 상념이 이어진다. 시계를 보면 어느덧 새벽이 넘어갔다. 그래도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불면증은 새로운 게 아니다. 과거 원시인들도 거대한 맘모스 사냥 걱정에 잠 못 이뤘을 게다. TV와 인터넷이 곳곳에 퍼진 현대사회가 이러한 불면의 밤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시사주간지 ‘US뉴스&월드리포트’가 이를 보도했다.
올해 1~7월에 불면증 처방 2,500만 건
20~44세 치료약 복용자 4년새 2배로
약 많지만 장기적 부작용 우려는 여전
약과 정신치료 요법 병행하는 게 바람직
불면 치료를 위한 약이 많다. 부작용도 크게 줄었다. 대화 치료기법도 개발됐다. 다른 장애증세 치료에 사용되는 인지행동 치료법도 불면증 치료에 사용된다. 불면증은 그저 잠을 자지 못하는 병이 아니다. 이는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것도 포함한다. 불면 증세는 우선 침대에 누워도 정신이 말짱한 경우다. 뒤척여도 효과가 없다. 또 다른 증세는 일단 잠에 들었다가 새벽에 깬다. 그리고는 다시 잠들지 못한다. 또 잠을 자지만 내내 코를 코는 사람은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다. 이것도 불면 증세의 하나다.
불면증은 다른 문제를 수반한다. 몸의 통증이 악화되고, 사고를 일으킬 공산이 크다. 그리고 우울증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2005년 1~7월에 불면증 환자에게 처방된 건수가 약 2,500만건에 이른다. 2000~2004년에 불면증 약을 복용한 20~44세 성인의 수가 2배가 됐다. 보톡스, 바이애그라 등과 같이 삶의 질을 높이는 약들과 마찬가지로 불면증 치료제도 엄청난 마켓이다. 제약사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이유이다.
1970,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약들은 뇌세포에 자극을 주어 뇌의 활동을 약화시킴으로써 졸리게 하는 메커니즘이었다. 그러나 앰비언 CR(Ambien CR), 소나타(Sonata), 루네스타(Lunesta) 등 최근 나온 약들은 기본적으로 뇌의 화학작용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는 과거의 약들과 동일하지만, 부작용이 적고 약에 대한 의존을 가능한 적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약에 대한 의존성을 완전히 없앤 것은 아니다. 내년 여름에는 인디플론(Indiplon)이라는 약이 새로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약마다 효과가 다르다. 소나타는 잠을 빨리 들게 한다. 중간에 깨는 것도 막는다. 잠을 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 앰비언 CR도 비슷하다. 가장 많이 팔린 이 약은 뒤척이는 밤을 없애준다. 곧 나올 인디플론도 유사한 효과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달 말에 나온 로지렘(Rozerem)은 약에 대한 의존성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이 약은 처음 잠을 들게 하는데 그 효과가 집중돼 있다. 계속 자게 하는 부분에는 효과가 확실하지 않다.
다른 약들과의 성능 비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의사들은 대체로 불면증약 처방을 꺼린다. 환자들에게 장기적으로 어떠한 부작용을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약의 부작용에 대한 임상실험은 통상 수개월간 진행되지만, 환자들은 보통 여러해 동안 지속적으로 복용하기 때문에 정확한 부작용을 파악하는 게 힘들다는 게 이유다.
의사들이 불면증에 처방하는 약 가운데 트래조도운(trazodone)이 있다. 이 약은 사실 항우울제다. 불면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처방하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어떠한 문제를 일으킬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부 의사들이 환자에게 비처방약인 이 약을 소량 복용하도록 처방한다.
베나드릴(Benadryl)이나 타이레놀PM(Tylenol PM)과 같은 약들도 불면 치료에 사용된다. 복용 다음날 몸이 나른해지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변비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노인에게는 정신착란 현상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인조 호르몬인 멜라토니이나 허벌 등 대체식품의 효과도 불확실하다. 술은 어떤가. 잠이 안 오면 술 한 잔 하는 사람이 있다. 처음엔 노곤하고 잠이 온다. 그러나 조금 지나면 오히려 잠을 깨우는 효과가 있다.
강박관념에 의한 불면증은 인지행동 요법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환자의 정신을 온통 지배하고 있는 상념들을 하나하나 제거함으로써 수면장애 요인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잠을 푹 자야 건강하다는 수많은 연구결과가 불면을 자극하기도 한다. 잠을 잘 자야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는데 잠이 오지 않으니 걱정이다. 이제 걱정이 또 다른 걱정을 부른다.
약이 좋은지 정신치료요법이 좋은지 말이 많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약을 복용할까, 아니면 음식을 조절할까. 아마 두 가지 모두 몸에 좋을 것이다. 약과 음식조절을 병행하면 효과가 더 클 것이다. 불면증 치료도 마찬가지다.
약은 부작용이 있지만 일단 효과가 빠르다. 시차적응을 못해 잠이 오지 않을 경우 적당한 약을 복용하면 효과가 온다. 또 정신치료 요법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