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불과 한달 전까지 ‘이순신 장군의 환생’, ‘한국의 국보’로 불리던 황우석박사가 자칫 ‘사기꾼’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6월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던 11개의 복제 줄기 세포 가운데 9개가 가짜며 나머지 2개도 진위를 알 수 없다는 충격적인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물론 아직 황 박사 자신의 입을 통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논문 공동 저자의 한 사람이자 난자를 제공해 온 병원 이사장이 황 박사를 만난 후 그가 조작 사실을 시인한 셈이라고 한만큼 의심의 여지는 희박해 보인다.
지난달 황 박사 연구팀의 난자 취득 과정에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는 MBC 보도가 있었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연구에 대한 열기가 지나쳐 그랬으려니 하는 정도로 넘어가고 오히려 국익을 고려하지 않고 이를 폭로한 MBC의 취재 태도를 비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나온 보도대로 논문 자체가 처음부터 조작이었고 이것이 황 박사의 직접 지시에 의한 것이었음이 확인될 경우 황 박사 개인의 명예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 것은 물론 생명공학 대국을 꿈꾸던 한국 정부의 계획이 아예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첫째는 정직에 대한 무관심이다. 난자 윤리 문제가 제기됐을 때 반응을 보면 “그까짓 게 별 문제가 되느냐”가 주종을 이뤘다. 난자 출처에 대해 거짓말은 한 사람이라면 논문에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신중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둘째는 경솔함이다. 황 박사의 연구가 그처럼 한 나라 산업의 존폐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었다면 이를 ‘단군 이래 최대 업적’이라고 떠들기에 앞서 과연 그것이 동료 과학자들에 의해 검증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유명 잡지에 실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통령부터 온 나라가 황 박사를 신주 단지 모시듯 한 것은 돌이켜 보면 경박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반드시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황우석 사태는 결국 한국 언론이 온갖 압력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밝혀낸 사건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셀폰을 많이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상식과 정직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금은 특정인을 매도하거나 절망에 빠질 때가 아니다. 이번 사태가 보여준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고쳐나감으로써 진정한 선진국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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