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라는 용어를 우리는 그로 인해 배웠다.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 수정란이 되고 나면 그 며칠간 세포분화로 장차 각종 장기로 자랄 세포덩어리가 형성되는데 이것이 배아 줄기세포라는 과학 상식을 우리는 그의 연구성과에 관한 보도를 보며 배웠다. 그리고 그가 수정란이 아닌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로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지난 5월 발표를 들으며 그것이 ‘산업혁명에 비견될 생명공학 혁명’이라는 사실을 각국 학자들의 찬사로 알게 되었다.
일반인들에게는 상상도 어려운 미지의 영역이라는 점, 그런데 그 최첨단 과학 분야에서 그가 세계를 놀라게 하는 성과를 이뤄냈다는 점 - 그것이 지금의 ‘황우석 사태’를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 본다.
미술이나 음악, 문학, 스포츠 … 대부분의 분야에서 우리는 전문적 지식이 없더라도 ‘좋다·싫다’‘맘에 든다·안든다’등 의견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첨단 과학분야로 가면 일반인들은 문자그대로 ‘눈 뜬 장님’이다. 업적에 대한 평가·비판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서 한국 정부와 미디어가 경쟁적으로 ‘황우석 띄우기’바람을 부추긴 결과가 한국인들에게 만들어진 황우석이라는 우상이다.
그 우상이 추락했다. 사이언스에 게재되던 당시 완벽하게 눈부시던 그의 연구논문은 공동 저자 제럴드 섀튼 교수의 결별 선언으로 먹구름이 드리우고, 난자 확보 과정의 비윤리성이 확인되면서 빛을 잃더니, 논문 조작 논란에 휩싸이며 7개월만에 의문 투성이의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지난 5월 연구발표 당시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어쩌면 20년은 걸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운 좋게도 1년만에 끝났다.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잘 풀린 셈이다” ‘과학으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좋은 운’의 실체가 사실은 ‘조작’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에 지금 그는 맞닥트려 있다.
의혹에 대한 그의 해명은 “줄기세포들을 분명 만들었지만 곰팡이균에 오염돼 모두 죽었다”인데 그 분야 학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줄기세포는 곰팡이가 살수 없는 영하 80도의 액체질소 속에 보관하기 때문에 ‘오염-훼손’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줄기 세포가 ‘있다’‘없다’ 진실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황교수는 일단 ‘인위적이고 결정적인 실수’를 인정하며 논문을 자진 철회한다고 했다. 과학자로서의 신뢰성은 바닥에 떨어졌다.
‘민족의 보배’‘단군 이래의 쾌거’로 추앙 받던 그가 왜 이렇게 끝 모를 절벽 앞에 섰을까. 그에 대한 답은 그 자신이 이미 했을지도 모른다. 일년 365일, 주말도 명절도 없이 연구실에서 살던 당시 그는 이런 설명을 했었다.
“세포에게 토요일이며 일요일이 없는데 우리에게 설날이며 추석이 있을 수 없지요”
그러던 그가 ‘우상’으로 뜨면서 강연회 하랴 언론사 인터뷰하랴 상 받으러 가랴 일년에 절반은 연구실을 비웠다고 한다. 미생물학 분야의 한 과학자는 말했다.
“(황교수는)우직하고 근면한 과학자였는데 얼마 전부터 너무 구름 위에 떠있었어요. 그렇게 밖으로 나다니면서 언제 연구를 할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진짜 연구에 몰두하는 과학자들은 언론을 피하느라 바빠요. 엉뚱한 데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이지요”
잘 나가는 사람을 추락시키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나무 위에 올려놓고 흔드는 것, 혹은 구름 위에 띄워 놓고 우러러보는 것이다. 국가적 영웅으로 떠받들며 열광하는 한국민 앞에서, 그는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성과, 더 멋진 성과를 보여주려다 과학자로서의 양심을 잊고 발을 헛디딘 게 아닐까 추측을 해본다.
1천명 난자 기증의사 전달식, ‘사뿐히 즈려밟고’연구실로 복귀하라는 진달래꽃 뿌리기 등 황교수에 대한 대중적 인기는 대단했다. 그런 열정적 인기에 초연하기는 누구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에게 너무 지나친 인기는 ‘곰팡이균’이다. 과학자를 망가트리는 독이 될 수 있다.
권정희 논설위원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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