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도 학업을 계속하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생활이 쪼들리는 젊은이들이 다시 부모의 집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1970년대 말 20대였던 멜라니 레스닉은 재정지원을 해달라고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레스닉의 부모는 근검절약이 몸에 밴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삶의 자세를 딸 레스닉에게도 가르쳤다. 가르쳤다기보다 그러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 것이다. 레스닉은 “우리 부모님은 매우 열심히 일했다. 나는 아주 특별한 날에 선물을 받았다. 그 것도 신발 두 켤레가 고작이었다”고 했다. 올해 47세인 레스닉은 어려서부터 돈이 필요하면 스스로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깊이 마음에 자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게서 이러한 자세는 보기 드물다. 상황이 많이 변했다. 이러한 변화를 시사주간지 ‘US뉴스&월드리포트’가 소개했다.
부모 집에 기거하는 18~34세 1970년대 이후 50%나 늘어
급증하는 학비, 쌓이는 크레딧 카드 빚, 비싼 렌트 못 견뎌
뛰는 물가에 쥐꼬리 봉급인상 등 여건 빡빡해 다시 둥지로
자녀에 체류 기간, 장기적 목표 등 구체적 계획 제출하도록
레스닉은 지금 뉴저지 매타완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다. 남편 크레이그는 마루 시공회사에서 매니저로 일한다. 살림은 그럭저럭 꾸려간다. 부자는 아니지만 아들 조단에게 크게 부족함 없이 해준다. 아주 풍족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아들이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것 이상으로 대해준다.
이들 부부는 아들에게 웨슬리안 대학 4년 학비 전액을 마련해 주었다. 게다가 석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추가로 학비를 대주었다. 레스닉은 “나는 우리 부모가 내게 해준 것보다 많이 내 아들에게 해주고 싶다”고 했지만 “아들이 독립심을 기르기 위해 무한정 지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조던이 대학원을 졸업했을 때 레스닉과 계부 크레이그는 조던을 집으로 들였다. 렌트를 받지 않고 무료로 들였다. 그러나 레스닉 부부는 아들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작가인 조던은 부모의 집에서 기거하면서 논문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또 최근 출간한 책 ‘Students’ Guide to Colleges’를 홍보하기 위해 웹사이트를 만들고 있다.
부모는 6개월을 시한으로 정했다(조던은 최근 집을 나가 따로 살고 있다). 6개월 후부터는 생활비를 일부 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음식비, 전화비, 옷값 등은 보태주었지만 저녁 외식비나 친구들과 영화 보는 비용 등은 본인 부담으로 규정했다.
최근 집으로 돌아오는 청년들이 늘고 있어 부모들에게 새로운 이슈가 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부모와 함께 사는 18~34세 젊은이들이 5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점 더 많은 부모들이 나이든 자녀들을 집에서 오래 끼고 산다는 것이다.
나이 든 자녀와 함께 사는 부모는 자녀 1인당 연간 평균 3만8,000달러를 쓴다. 주거비, 식비, 학비, 용돈 등 모든 것을 망라해서 그렇다. 부모와 함께 사는 18~34세의 자녀들은 연간 평균 2,200달러를 기여할 뿐이다. 미시간 대학 조사보고서 내용이다. 단 하나 반가운 사실은 부모의 부담이 18~20세에 가장 많다가 그 이후로 감소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젊은 자녀들이 부모의 품안에서 생활하는 것은 경제여건의 변화에 기인한다. 젊은이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기가 녹록치 않은 현실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프랭크 퍼스텐버그 교수는 30년 전 만해도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중산층 수준의 생활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대학 졸업자들조차도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1975년이래 소득이 쥐꼬리만큼 늘었을 뿐이다.
급증하는 학비, 크레딧 카드 빚, 비싼 렌트 등을 고려하면 젊은이들이 금방 빚에 몰리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니 젊은이들이 재정적으로 자립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젊은이들은 늦게까지 공부하고 결혼도 늦게 하고 그러다 보니 돈벌이도 늦어져 결과적으로 재정적 자립 시기도 뒤로 밀리게 된다.
엘리시아 베르토니(24)는 올해 매서추세츠 브레인트리에 사는 부모 집에 다시 들어갔다. 물리치료를 공부하는 베르토니는 박사과정을 밝고 있다. 대학원 학비를 융자로 메우고 파트타임 일을 하고 있지만 보스턴의 비싼 집세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방 2개짜리 아파트를 친구와 공유해도 매달 1,000달러를 내야 한다. 부모의 집에서 공짜로 사는 베르토니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많은 부모들에게 집으로 돌아온 자녀를 대하는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자녀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 문제와 자녀의 독립심을 길러주어야 하는 문제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기 십상이다. 균형과 조화를 모색하는 일은 여간 신경을 빼앗는 게 아니다.
‘Mom Can I Move Back in With You?’의 저자인 린다 고든은 “자녀에게 부모가 무한정 재정지원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모의 능력과 지출규모 등을 면밀히 따져본 뒤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녀가 부모의 집으로 들어온다고 할 때 체류기간, 장기적인 목표 등을 구체적 기록한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고든은 내년 1월 아들이 대학을 졸업한다. 고든은 아들이 졸업 후 4주간 집에서 머물 수 있도록 했다. 그 동안 이력서를 작성해 직장을 구하는 일에 매진하도록 한 것이다.
자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채찍질을 하기로 했다. 부모에 대한 의타심을 하루빨리 버리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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