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불길에 휩싸였다. 현장에 달려간 시간은 이른 새벽이다. 아파트 2층. 불길 속에서 한 어머니가 아기를 부여안고 울부짖고 있다. 화염이 사방으로 넘실댄다. 위험을 무릅쓰고 건물에 다가가 아이를 던지라는 신호를 해 보냈다. 아기를 구해냈다. 이어 아홉살짜리 아이를 발견했다. 그 소년은 마침 교통사고로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었다. 공포에 떨고 있는 소년에게 침착하게 말을 건넸다. 용기를 얻은 소년이 2층에서 뛰어내렸다. 그 아이를 받느라 이빨에 금이 가고 불에 데는 등 상처를 입었다.
‘한인 경관이 불길 속에서 두 생명을 구해냈다’- 그 스토리가 전해지면서 주류 언론들이 앞 다퉈 보도하고 있다. 환한 미소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스토리의 주인공인 LA 셰리프국의 한인 경관 제프리 김씨의 모습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많은 관심이 오히려 부담스럽다.” 경찰관으로서 할 일을 한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한인들이 경찰에 많이 지원해 시민의 지팡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말 그대로 할 일을 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감동으로 전해지는 건 다름 아니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고귀한 생명들을 구했다는 것, 그 자체가 우선 감동적이다. 거기다가 함께 있었던 동료 경찰관을 세워주는 겸양의 자세를 보인다. 또 한 마디 한 마디에 시민의 지팡이로서 봉사정신이 철저히 배어 있어서다.
사실 한 해를 돌아보면 온통 ‘배드 뉴스’(bad news) 투성이었다. 한인 매춘망 일망타진을 위해 1,000여명의 경찰관이 투입됐다. 불법 I-20폼 장사를 하던 한인 학원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메디칼 사기 한인병원들에 대한 당국의 일제 조사가 펼쳐졌다. 이민에, 보험사기에, 대형 금융사기사건이 속출하고 있다. 거기다가 황우석 논문조작 스캔들이 미 주류신문에 대서특필되고 있다. 한 마디로 ‘어글리 코리안’의 해로 불러도 과언이 아닌 한 해다.
이 해의 끝자락에 모처럼 전해진 굿 뉴스다. 아름다운 스토리다. 이 점에서 한인들에게 김 경관 스토리는 더 감동적이다. 2005년도 이제 다 지나갔다. 곧 펼쳐질 새 해에는 이웃에, 또 주류사회에 항상 감동만을 선사하는 한인들의 스토리가 계속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어글리 코리안’의 ‘배드 뉴스’는 지는 해와 함께 과거 속에 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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