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지난 한해를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삶을 꾸려 갈까를 생각하며 새로운 결의를 다진다. 물론 연초에 한 약속을 다 지키기보다는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그렇다고 결심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발전할 수 없는 것은 개인이나 사회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 동안 LA 한인 커뮤니티와 경제는 고유가와 금리 인상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장을 계속해 왔다. 한인 은행 수는 12개로 늘어났으며 LA 최대의 부동산 투자 회사도 한인들이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걱정스러운 점도 드러났다. 그 중 첫 번째가 잇따른 대형 사기사건의 발생이다. 사기 유형도 주식에서 부동산 융자, 다단계 판매 등 다양했을 뿐 아니라 규모도 툭하면 수 천만달러를 넘어가는 등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이처럼 한인 사회에 사기가 판을 치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사기꾼들의 책임이지만 이들이 버젓이 활보할 수 있는 한인사회의 분위기도 문제다. 한인들은 부지런하고 똑똑하며 교육열이 높다. 대다수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이뤘다. 여러모로 ‘모범적인 이민자’인 한인들의 가장 큰 약점은 정직함에 대한 무관심이다. 비즈니스를 사고 팔 때 태연히 매상을 속이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것을 당연시하며 거짓말을 하는데 대한 죄책감이 별로 없다. 미 국세청에서 한인들을 색안경을 끼고 본 지는 오래 됐다. 한인 비즈니스를 대표하고 신용이 생명인 한인 은행에서조차 이런 저런 이유로 장부를 조작하는 사례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연말 한국을 강타한 ‘황우석 사태’도 따지고 보면 황우석 개인의 잘못도 잘못이지만 거짓말을 용인하는 한국 사회 분위기 탓이 컸다. 국정의 책임자이고 국민의 모범이 돼야 할 정치인부터 양심의 보루인 학자 교수에 이르기까지 잠시 후면 드러날 거짓말을 태연자약하게 해대고 발각이 된 후에도 부끄러워하는 빛이 없다.
한 때 ‘단군이래 최대 영웅’으로 추앙됐던 황우석도 몇 번이나 진실을 털어놓고 사죄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끝내 이를 부인하다 결국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하고 있다. 황우석 파동은 전 세계 한인들의 이미지와 크레딧을 크게 손상시켰다. ‘정직’을 소중한 가치로 알고 있는 미국인들 눈에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마저 도매금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인 사회의 크기가 작고 비즈니스 규모가 영세했을 때는 다소의 잘못이 있어도 그냥 넘어갔다. 그러나 2006년의 한인 사회는 70년, 80년대와는 다르다. 아무리 겉모양이 번드르르 하더라도 서로 속고 속이는 사회는 불안정한 사회다. 지금 주머니에 돈이 있더라도 안심하고 잠을 자지 못한다. 내일 당장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용은 사회의 존립을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이것이 무너지면 공동체가 유지될 수 없다. 한인 사회의 장기적이고 탄탄한 발전을 위해서, 또 우리가 발을 디디고 사는 미국 사회의 손가락질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정직한 한인 커뮤니티 건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병술년을 나부터 조금씩 더 정직해지기 운동의 원년으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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