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삶
▶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바그다드의 아침은 언제나 짧았다. 눈을 뜨기가 무섭게 셈 중대는 비상이 걸렸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라 긴장감이 여느 때와는 달리 팽팽하게 감돌았다. 천막 밖에서 울리는 중형 트럭의 엔진 소리가 귀를 멍멍하게 했다. 리차드 중사가 지휘하는 C소대는 재빠르게 트럭 위에 올랐다. 활주로에는 수송 헬기가 벌떼처럼 윙윙 소리를 내면서 중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미스 대령은 지휘봉 대신 기관단총을 손에 들고 참모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C소대는 선두로 헬기에 오르고 이륙했다.
번갯불 작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진동이 심한 헬기 속에서 리차드 중사는 C소대의 작전명령을 전했다. 얼마간의 침묵이 흘렀다. 존 하사는 눈을 감았다. 싸지라는 소년의 얼굴이 떠올랐다. 바로 그가 지난번 작전 때 무너져 내린 천장에 깔려 정신을 잃고 있을 때, 지붕 잔해를 헤치고 그를 구해낸 소년이다. 그는 유별나게 까맣고 큰 눈을 하고 있었다. 지원 부대가 올 때까지 그를 지켜봤던 그 눈동자를 그는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가 전쟁터에서 얻은 가장 큰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존 하사는 저린 왼쪽어깨를 움직여 보았다. 창 밖에는 뽀얀 먼지가 구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지난 일년간 죽음과 삶을 오가며 시간은 재빠르게 지나갔다. 몇 주만 있으면 2006년이 된다. 착륙 신호의 푸른 전등이 켜졌다.
헬기는 하강을 했다. 그리고 견고하게 보이는 긴 회색담 앞 언덕에 소대를 뿌려놨다. 리차드 중사는 존 하사에게 진입로를 손으로 가리켰다. 상수가 소리를 질렀다. 적의 로켓포가 쉰 소리를 내며 머리 위로 날아서 뒤 언덕에서 터졌다. 쌍방의 총격전은 대낮인데도 번쩍이며 불꽃을 튀겼다. 캔은 비오듯 쏟아지는 탄환을 피해 모래 둔덕에 몸을 숨겼다. 캔 뒤에 엎드렸던 웨인이 몸을 펄떡였다. 회색 모래 위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캔은 몸을 돌려 웨인을 몸으로 감쌌다. 상수가 잽싸게 달려와서 웨인의 다리에 몰핀을 꽂았다. 존은 신중하게 무반동포를 견양했다. 침착히 방아쇠를 담겼다. 포탄은 순식간에 목표 건물에 명중하면서 연쇄 폭파로 이어졌다. 콩 볶던 총소리가 멈췄다. 웨인은 캔의 무릎 위에 굵은 눈망울을 떨구며 갔다.
전리품으로 반군의 무기가 모아졌다. 한 무리의 남루한 복장을 한 반군들이 손을 머리에 얹은 채로 벽을 향해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스미스 대령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소대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건네고 있었다. 모두들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이틀 후 부대로 복귀한 셈 중대는 흥분에 쌓여 있었다. 본국으로 귀국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존 하사는 부지런히 사단 본부에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까맣게 그은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 차 있었다. 리차드 중사가 싱글벙글 웃음을 머금고 존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사진 한 장과 누런 봉투를 존에게 건넸다. 금새 존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가 찾고 있던 싸지가 사진 속에서 그 큰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고아원의 서류 봉투에는 싸지에 관한 내력과 입양을 위한 안내 자료가 들어 있었다.
사진을 든 존의 손이 조금씩 떨렸다. 생각해보니 싸지가 아니었다면 자신은 적진에 버려진 채 인질로 잡히거나 사살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새삼 싸지에게 고마운 마음이 벅차왔다. 존은 속으로 싸지를 자기가 돌보는 상상을 하면서. 동료들의 뒤를 따라 트랩을 향해 걸었다. 온통 마음 속에는 싸지의 까만 눈동자가 차지해서, 그만 스미스 대령이 손을 뿌리치고 지날 뻔했다. 중대장이 반짝이는 은성 무공 훈장을 대령에게 건넸다. 대령은 천천히 훈장을 존의 가슴에 달았다.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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