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 고
▶ 정세권 / 미주한인재단 워싱턴 회장
미국 연방의회가 매년 1월 13일을 ‘미주 한인의 날’로 지정 선포했다. 이로써 2006년부터 우리는 1월 13일을 Korean American Day로 기념하게 된다. 지난 2005년 12월 13일 미 연방 하원에서 미주 한인의 날 지정을 통과시킨 데 이어 12월 16일 연방 상원 109차 전체회의에서도 매년 1월13일을 미주 한인의 날로 만장일치 결의 통과시켰다.
1620년 12월 11일 영국 청교도 102명이 신앙의 자유를 위해 4개월의 항해로 매사추세츠 플리머스에 도착해 새로운 아메리카 대륙을 개척했다.
1903년 1월 13일 하와이 사탕수수농장 노동 이민으로 도착한 102명의 우리 조상들은 미국 개척자의 시조가 되었다. 우리 선조들이 미국 땅에 발을 디딘 지 102년만에 미국 연방의회에서 정식으로 Korean American Day를 선포한 것이다. 2006년 1월13일은 우리가 나그네에서 미국 주인으로 대문 열고 들어선 날이요, 미국에서 다시 태어난 날이다.
청교도의 아메리카 개척도 102명이요, 한국인의 하와이 이민도 102명이요, 한국인의 이민 역사도 102년이다. 우리가 미국 땅에서 한민족의 깃발을 세운 자랑스런 날이다.
‘마주 한인의 날’ 지정 선포는 법률적 권리 의무는 부여하지 않지만 한국인이 미 주류사회에 주인이 되는 것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이다. 100년 전 아일랜드 사람들이 ‘세인트 패트릭 데이’를 선포한 이래 아시안 민족으로는 미주 한인이 최초로 특정일을 지정 기념하게 된 것이다.
102명의 작은 씨앗이 썩어 황톳길에 눈물을 뿌리고 가시밭길 헤쳐가며 102년을 걸어온 우리들이다. 오늘 우리들 앞에 놓인 축하의 잔은 피의 잔이요 땀의 잔이요 눈물의 잔이다.
실패한 사람의 과거는 화려하면 할수록 비참하고, 성공한 사람의 과거는 비참하면 비참할수록 아름다운 것이다. 이제 우리는 미국 주인의 대열에 섰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이민역사는 땀이요 눈물이었으나 우리 후손들에게는 자랑스런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가는 당당한 길이었다. 매년 1월 13일은 우리 민족의 생일날로 기념하고 경축해야 한다. 미국 50개 주 곳곳에서 미주 한인의 날 축제가 해마다 열려야 한다.
그러나 한인의 날은 설움을 풀어내는 한풀이 축제여서는 안 된다. 먹고 마시고 흥청대는 지각없는 놀이판이 되어서도 안 된다.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미국에 알리고 심어야 한다. 우리 후손들에게 민족의 얼과 글과 문화를 가르치는 교육의 축제여야 하며, 세계 속에 한민족의 문화를 꽃피우는 뜻 있는 축제여야 한다. 지난 역사가 아무리 험난했어도 우리 이민살이가 아무리 눈물이었어도 이제 우리는 미국의 주인이 된 자랑스러운 민족이다.
우리는 잘사는 민족이기보다 존경받는 민족이 되어야 한다. 미국 땅에 사는 270여 민족으로부터 존경받는 민족이 되어야 한다. 일본이 잘사는 나라이긴 하지만 존경받는 민족은 아니다. 미국이 강한 나라이지만 존경받는 민족은 아니다. 우리는 일밖에 모르는 민족에서 존경받는 민족으로 거듭나야 한다. 일 벌레 돈 벌레의 오명은 우리 이민 1세들이 지고 간다. 우리들의 2세, 3세, 그리고 그 후세들은 인간의 가치관을 정립한 문화민족으로 존경받는 코리안 아메리칸이 되어야 한다.
토끼는 상대를 보고 뛰었고 거북이는 목표를 향해 걸었다. 우리 후손들은 ‘존경받는 민족’의 깃발을 향해 100년 또 100년의 길을 걸어야 한다.
1월 13일은 미주 한인의 날. 미국 속에 한국이 다시 태어나는 날. 하늘은 이 땅에 그리고 우리 한국 민족에 영원한 축복의 빛이 있을지어다.
정세권 / 미주한인재단 워싱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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