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이 예상대로 콜로라도와의 재 계약에 성공했다. 연봉은 기본급 125만불, 인센티브 100만달러(2백이닝을 소화할 경우)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연봉 6백만불을 받았던 김병현으로서는 조금 저자세 계약이었다. 그러나 김병현이 콜로라도와 재 계약에 성공한 것은 연봉 액수를 떠나서 여러가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것은 김병현이 콜로라도를 원했다기 보다는 콜로라도가 김병현을 택했다는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물론 김병현은 저렴한 가격에 콜로라도가 계약할 기회를 주었고 또 콜로라도에서 뛰고 쉽다는 의지를 보여주긴 했다. 그러나 김병현이 내년도에 받게될 연봉은 인센티브 포함 최대 4백만불에 육박한다. 콜로라도가 제의한 인센티브 ‘2백이닝’ 조항은 일종의 보험의 의미가 있을 뿐 김병현으로서는 소화해 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콜로라도는 덴버포스트지가 밝히고 있듯 적극적으로 김병현을 원했으며 이런 열린 자세가 김병현과의 재 계약이 성공하게 된 이유가 됐다.
김병현과 콜로라도는 궁합이 맞는 사이이다. 김병현은 지난해 콜로라도에서 프로 인생의 전환점이 될만한 중요한 시기를 보냈다. 불펜에서 방어율 6점대로 얻어맞은 뒤 마이너리그로 좌천될 위기일발에서 콜로라도는 어쩐일인지 김병현으로 하여금 선발을 맡기는 모험을 감행했고, 김병현은 눈부신 피칭으로 이에 보답했다.
김병현은 콜로라도의 불펜에서 활약하면서 구질상의 문제보다는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시달렸다. 단발성 등판에서는 전혀 리듬을 전혀 찾지 못하겠다고 호소했고, 방어율이 6점대로 치솟을 만큼 두들겨 맞았다. 콜로라도 역시 김병현에게서 구질상의 문제점보다는 심리적인 문제점을 포착했는지 선발을 맡기는 모험을 단행했다. 김병현이 선발에서 보여준 투구는 연봉 6백만불 수령자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는 투구였다. 물론 김병현은 지난해 5승12패를 기록, 외형적인 기록은 보잘 것 없었다. 그러나 투구내용은 콜로라도의 타선이 조금만 지원해 줬더라면 10승은 충분히 거둘만한 위력을 선보였다.
김병현은 7-8회이상 버틸수 있는 완투형 투수라기보다는 6,7회형 언더 드로우 투수이다. 공이 가벼워 홈런 투구가 잦고 지구력도 약하다. 그러나 이같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타자 몸쪽으로 솟아오르는 변화구는 마구에 가까울만큼 위력적이다. 김병현이 선발 22경기에 나서 보여준 투구 내용은 올시즌 타선 지원만 확실하다면 15승은 따논당상일만큼 위력있었다. 이번 계약으로 수지맞은 쪽은 김병현보다는 콜로라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김병현 역시 콜로라도는 불펜에서 선발로 향하는 과도기에서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는 하다. 연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올 시즌이야말로 김병현이 다시한번 선발 투수로 나서 ‘6백만불 사나이’가 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이 될 중요한 시즌이다. 사실 지난해 서재응이 8-2패, 방어율 2점대 중반을 마크하며 괄목할만한 성적을 기록했으나 선발로서의 효용가치는 서재응보다는 김병현이 낫다고 볼 수 있다. 서재응이 지난 4년간 멧츠에서 보여준 성적은 기복이 컸고, 풀타임 선발 투수로서 아직 실력검증이 끝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김병현은 불펜에서 선발로… D벡스, 보스턴 등을 거치면서 풍전수전 다겪었다. 이제 제자리를 찾아 가고 있다.
박찬호은 이제 이미 한물갔고 코리언 메이저리거를 이끌고 나갈 선수는 김병현과 서재응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 두 선수 모두 광주일고 출신에다 NL 서부조에 소속돼 최소 3차례 정도는 맞대결이 예상되고 있다. 아무튼 올해는 콜로라도의 잠수함 김병현이 그동안의 마음 고생을 씻고 메이저리그의 선발투수로 다시 출선하는, 그 이름을 드높이느냐 마느냐 고비가 되는 한 해이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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