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은 흔히들 한국의 도자기라고 하면 동글동글한 항아리를 떠올린다. 가마에 구워낸 동양의 도자기는 무언가를 담는 용기(容器)로만 쓰인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요즘 호놀룰루 아카데미 오브 아트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현대 도예전 <불꽃의 혼;From the Fire>은 신선한 봄바람 같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누가 도자기로 옷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도예가 김진경(38)은 이번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한 54명의 작가 중에서도 패셔너블하고 개성 있는 작품으로 이목을 끌고 있는 작가다.
‘도자기는 묵직한 돌 같다’는 통념을 깨고 싶었던 그는 아예 ‘네팅 클레이(netting clay;작은 흙 조각을 구리선으로 엮으며 반복적으로 배열하는 것)’라는 새로운 도예 방식을 주창해냈다.
네팅 클레이로 만든 김씨의 작품, 금방이라도 아스러져 내릴 듯이 섬세한 블라우스와 여전사의 화려하고 튼튼한 옷을 연상시키는 원피스를 보고 있노라면 이렇게 아름다운 옷을 입지 못하고 그저 감상만 해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문득, 김씨가 가진 놀라운 상상력의 원천이 궁금해졌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제가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무조건 생각하라는 거죠. 영화를 볼 때도, 데이트를 하면서도, 하다 못해 수제비 반죽 하나를 할 때도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무언가 새로운 건 없을까, 이건 왜 이럴까, 이리 저리 궁리 하다 보면 그것이 곧 작품 구상이고 컨셉이 됩니다.”
지난 6일부터 3일간 호놀룰루 아카데미 오브 아트 주최로 열린 <김진경과 함께하는 도예 워크샵>. (사진 위)한국 도자기의 새로운 면모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던 이들에겐 새해 가장 반가운 뉴스였을 것이다. 김씨의 지도 아래 작품 구상부터 마무리까지 땀을 흘리며 각자의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참가자들의 모습은 한국의 장인정신 투철한 도공을 연상케 했다. 전시회에서 김씨의 작품을 보고 느낀 것이 많아 워크샵에 참여하게 됐다는 주디 오키모토(Judy Okimoto)씨는 독특하고 새로운 한국 도자기 공예에 마음을 빼앗겼다며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 도자기 엑스포에도 꼭 한번 참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3년간 미국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 도예가 김진경이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지 물었다. “사람들의 사고 방식을 개혁한다거나 하는 거창한 것은 아닙니다. 제 몫은 다만 정성과 노력을 다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세계에 한국의 도예, 나아가 문화를 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 없는 행복일겁니다.”
<원진영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