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라 할지라도 아이가 말을 안 들을 때면 “누구를 닮아서 저렇지?”하고 푸념 섞인 말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결국 나를 안 닮았고, 내 마음과 다르다는 사실이 싫은 경우이다. 사람들은 남들이 모두 자신과 비슷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 고향, 출신학교, 나이, 생각등이 비슷해야 공감대가 형성되고, 비로소 나와 맞는 짝, 친구, 배우자, 사업 파트너 등을 찾았다고 기뻐한다. 그러면서 나와 어떤 점에서든 차이가 있는 사람과는 알게 모르게 거리를 두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곧 우리가 심각히 여기는 ‘차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경찰이 흑인에 대해 과잉으로 대응하고, 대기업 고위직 임원 중 유색인종과 여자가 너무 적은 것은 분명한 인종차별이라고 미국에 사는 우리는 말한다. 인종차별, 성차별 등은 대단히 나쁜 언어 같고 이민자인 우리만 당하고 있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사실 차별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며, 알게 모르게 우리가 가해자일 수도 있다.
영어 구사에 불편이 없고 미국문화에 익숙한 1.5세인 나도 미 대기업에서 일하는 동안 백인이 아니므로 눈에 보이지 않는 한계를 느끼고 은근히 차별대우를 당한 경험이 있다. 처음 대화를 나눌 때 외국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영어를 잘 모르 것으로 간주하여 말을 아주 천천히 쉽게 하다가 영어로 능숙하게 반문하면 그제야 제대로 말을 하기 시작한다. 회사 내에서도 임원진들과 함께 하는 모임에서 실적이 좋아 특별히 뽑혀온 고객 상담원으로 오해받은 적도 있었다. 한인사회에서는 여자여서 ‘차별’받은 경험이 있다. 모 기업에서 마케팅을 총괄하는 일을 할 때였다. 전화 통신회사에서 일한다고 나를 소개하면 전화 받는 고객 서비스 담당요원으로 단정하고, 자신의 전화비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는 분들을 자주 만났다. 지금도 여자가 대표인 회사가 제대로 운영될까 미덥지 않아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미국내 대기업에서는 직원들을 상대로 ‘diversity training’을 정기적으로 시행한다. 각양각색의 여러 인종들이 모여 사는 미국에서 서로 타인종의 문화를 이해하게 함으로써 기업 내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필수교육이다. 이런 교육에서 배운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특정 인종에 대해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라틴계는 hot-blooded Latinos 즉, 성격이 매우 급한 소유자들로 일방적으로 오해받고 있고, 아시아계는 model citizens라고 너무 일밖에 모르는 사람들로 인지되고 있다. 어느 인종이나 모두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는데도 말이다. 매니저급 직원들은 자신의 부서에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로만 채용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배웠다. 조직은 특성과 재능이 다양한 여러 사람들로 구성되어야 서로에게 배우고 모자라는 부분도 채워 가는 발전의 기회가 된다고 한다. 즉 본인의 발전을 위해서는 개개인의 특성과 차이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글로벌화, 차별화를 추구하는 시대에 필수적인 마음가짐이라고 생각된다.
미국을 최강국으로 만든 힘은 끼리끼리가 아니라 타인이 나와 다른 점을 인정해 주고 그들의 문화와 정서를 포용하며 개개인의 특성을 존중하는데서 나온다.
작년 이맘때쯤 일이다. 학교에서 마틴 루터 킹에 대해 배우고 온 아들이 “엄마는 킹 목사를 아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꿈을 가졌는데 한 백인이 그걸 싫어해서 그를 죽였지만 그의 꿈은 결국 이루어져 지금은 흑인이 백인과 함께 앞자리에 앉게 되었다”고 설명해 주었다. 여섯살짜리도 아는 ‘평등의 꿈’을 마틴 루터 킹 탄생기념일을 보내면서 되새겨 본다.
강소아 텐 커뮤니케이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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