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1989년부터 시작된 소위 버블붕괴의 상처를 딛고 지난해부터 일본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3만달러 후반대에서 멈췄던 1인당 GNP가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고 물가 하락은 멈췄다. 일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즉 성장률 저하와 물가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우려는 쑥 들어갔다.
이런 일본 경제회복은 제조업이 바탕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렉서스’를 앞세워 미국 시장을 점령했고 캐논과 니콘은 카메라 시장을 장악했다. 사실 일본 제조업 기술은 ‘잃어버린 15년’ 동안에도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해 왔다.
중국 공포증도 사라졌다. 중국의 부상이 일본의 몰락으로 이어진다는 불안감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중국 경제가 성장할수록 일본의 수출시장이 확대된다는 설명이 힘을 얻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중국 인민들이 일장기를 불태워도 결국에는 일본 제품을 살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실제로 중국인들의 반일감정에도 불구하고 일본제품은 중국들인이 가장 선호하는 제품이다. 도요타를 선두로 일본 자동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30%을 넘어섰고 벤츠와 폭스바겐을 앞세운 독일을 제치고 일본은 최대 자동차 수출국에 등극했다. 파나소닉을 비롯한 전자제품들도 최고 인기다.
그렇지만 한국과 미주 한인들의 관심은 온통 중국에만 쏠려 있다. 요즘에는 인도와 브라질이 이런 관심에 추가됐다. 물론 ‘BRICs’라 불리는 이런 신흥 경제대국들은 무시할 순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될 만큼 일본 경제의 영향력이 약하지 않다.
일본은 얼마 전 끝난 라스베가스 전자쇼(CES)에서는 삼성과 LG보다 더 큰 사이즈의 플라즈마 TV를 조용히 선보였다. 한국 업체에 내준 가전업체 1위 자리 탈환이 소리 없이 시작된 것으로 봐도 좋다. 일본을 따라잡았다고, 혹은 일본을 능가했다고 안심하기에는 시기상조다.
몇년전 삼성전자의 사장단 회의에서 있었던 일이다. 현재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있는 진대제 당시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이 소니를 추월했다며 열심히 브리핑하자 다른 계열사 사장이 모두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만은 예외였다. 브리핑을 듣다가 이 회장이 한마디했다. “어이, 진 사장, 당신이 일본을 알아?”
정대용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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