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극한적인 국론 분열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추론과 담론, 원인 분석 등이 쏟아져 나오는 판국이다.
난자 윤리문제에서 시작된 이 논쟁은 줄기세포를 거쳐, 논문 조작과 원천기술 보유 여부로 확산됐고 결국 “최소한 줄기세포는 현재 없다”(과거에 있었는지 아니면 바꿔치기 됐는지는 모르겠지만)는 결론이 나와 있다. 이쯤이면 끝난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언론과 서울대, 연구단체 등이 황 교수를 죽이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론이 강력하게 제기되는 것과 여론 조사에서 “황 교수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다수를 차지한 것 등이 그렇다.
나는 과학과 의학에 문외한이다. 그래서 줄기세포가 어떻게 오염이 됐고, 배반포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여러가지 경로의 보도 및 논쟁을 통해 공부하고는 있지만 이 말을 들으면 이런 것 같고, 저런 말을 들으면 저런 것도 같은 수준이다.
그렇지만 나만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국인 중에서 줄기세포에 대해 ‘이렇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주위에서 잘 안다고 하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 귀동냥한 지식 정도다. 하지만 상식적으로는 말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음모론으로 보거나, 황 교수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움직임은 이해하기 힘들다. 아쉽고, 마음 한구석에 그래도 뭔가 있다고 믿고 싶은 심정은 마찬가지지만 음모론으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는 것은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황 교수 자신이 만들고, 2차례에 걸쳐 논문까지 썼다고 했던 줄기세포가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연구 성과와 업적에 대한 강박관념이나 연구기관간의 갈등, 줄기세포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음모 등은 사실에 비하면 지극히 부수적인 문제이다. 물론 그에게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은 받아들이고 싶다. 그동안 노출됐던 인간적인 면모들도 있는 그대로 믿고 싶다. 하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 줄기세포에 대한 설명의 기회를 놓친 점 등을 감안하면 그런 기회가 쉽게 올 것으로 보이지는 않다.
전인미답. 아무도 닿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에 다른 관련 단체의 조사 자체를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안된다. 그 역시 비전문 과학자인 일반인들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결국 당사자에 달린 문제지만, 그 판단 자체가 항상 옳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김주찬 뉴욕지사 취재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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