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나 한국학자도 아니고 더구나 한국정부의 홍보기관도 아닌 뉴욕에 살고 있는 한인들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 인물과 그 정신을 미국인과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이 전해주는 찬란한 한국의 문화와 위대한 인물을 접한 미국인들은 찬탄을 금치 못하고 있
다. 이 운동은 뉴욕금강경독서회라는 작은 모임에 나오는 50여명의 한인들이 벌이고 있는데 이 운동에 불을 붙인 사람은 민양전씨(56)이고 박경원씨(46)가 이 운동을 앞장서 이끌고 있다.
금강경독송회는 불교의 금강경을 독송하고 실천하는 모임이다. 한국은 물론 미국에도 곳곳에 이 모임이 있는데 뉴욕에는 1992년 9월 플러싱에 마련된 금강경 법당에서 뉴욕금강경독송회 회원 50여명이 모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마음살림살이」라고 하는 6가
지 계명을 독송하고 실천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그 내용은 남의 허물을 내 허물처럼 덮어주고 내 허물을 남의 허물처럼 파뒤집는 연습을 하라, 상대를 부처님으로 보는 연습을 하라, 누구를 만나든 베푸는 마음을 연습하라는 등 관용과 자비, 긍정적인 마음의 수양을 강조하고 있다.
민양전씨는 고1 때 부모를 따라 남미에 이민했다가 7년 후 미국에 와서 뉴욕과 뉴저지에서 살아왔다. 현재 뉴저지의 머서 카운티와 헌터돈 카운티에 각각 세탁소 1개씩을 경영하고 있는 그는 미국생활 중 불교를 만나 금강경독송회의 회원이 되었다. 그는 자신이 「마음살림살이」를
마음 속에 담아 실천하는 생활을 하다가 이 내용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4년 전 마음살림살이를 영어로 번역, 크게 인쇄하여 가게 앞에 붙여놓고 손바닥만한 크기의 인쇄물에 비닐을 씌워 고객들에게 나워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반응이 의외로 좋았다. 고객중에는 기독교와 가톨릭 교인들도 많았고 변호사 등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한결같이 마음을 수양하는데 좋다고들 했다. 가톨릭 교인인 한 미국인은 크레딧카드 회사의 부사장인데 직원 회의 때 참석자들에게 이 마음살림살이
를 나누어준다고 했다. 고객인 미국인 목사는 세탁소를 들어올 때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면서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 그는 이 마음살림살이의 실천이 종교가 아니라 인간수양이라고 말했다.민씨는 이런 고객의 반응에 힘을 얻어 한국에 대해 더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 사
과와 배, 음식 등을 고객에 제공했더니 “원더풀”을 연발하는 것이 아닌가. 1년 전부터는 가게에 한국의 농을 갖다놓고 서당 그림을 붙여놓았고 노리개를 종류마다 전시해 놓고는 고객들에게 한국문화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고객들은 한국문화에 대해 감탄하면서 “여기는 세탁소가 아니라 동양문화를 배우고 마음을 수양하는 곳”이라고까지 말했다.
이렇게 되자 그는 어떻게 하면 외국인들에게 한국문화를 더 알릴 수 있을까 고심한 끝에 금강경독송회 회원들에게 일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회원들은 힘을 모으기로 대찬성했다. 그리고 이 운동의 책임은 박경원씨가 맡기로 했다. 박씨는 1986년 유학으로 도미한 남편을 따라 미국
에 와서 버팔로에서 2년간 살다가 뉴욕에서 살아왔다.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기독교학교를 다닌 그는 미국에서 우연히 금강경독송회를 알게되어 회원이 되었는데 이 일에 누군가는 앞장을 서야 하겠기에 시간을 낼 수 있는 자신이 책임을 맡게 됐다고 한다.그래서 첫번째로 벌인 사업이 한국의 위인과 그 정신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이순신 알리기 운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자료를 수집하여 원고를 작성하고 영문으로 번역한 이순신 전기를 지난 10월 타이프용지 55장 분량으로 수십부를 만들어 우선 민씨 가게의 고객들에게 돌렸다. 그랬더니 그 반응이 엄청났다. 한 고객은 이순신을 읽고 이순신은 조지 워싱턴이나 아브라함 링컨을 훨씬 능가하는 위인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어떤 사람은 “그는 인간을 떠난 초
인”이라고 말했고 역사를 전공했다는 한 고객은 “이렇게 귀한 사람이 한국에 있었다는 것은 놀랍고 반가운 일”이라고 했다.
어떤 외국인은 “왜 이런 사람이 세계에 알려지지 않았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정신적 귀감이 되는 위인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자신이 협조해 줄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고 한다.이들은 한국의 위인이 소개된 웹사이트를 찾아 보았으나 제대로 된 웹사이트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순신장군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Www.koreanhero.net 과 www.koreanpatriot.net 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 웹사이트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 12월 초 이순신 전기를 영문판 소책자로 다시 펴내게 되었다. 이들은 이 이순신 전기를 해군연구소, 도서관, 각대학의 한국학 및 아시아학 연구교수, 각 대학의 아시안 및 한국클럽, 일반 외국인들
에게 배부했다.그랬더니 놀라운 성과가 나타났다. 조지 워싱턴대학에서는 이 책자를 한국역사교재로 쓰겠다고 알려왔다. 버지니아대학에서는 매년 봄학기에 16세기 역사를 공부하는데 이 책을 교재로 쓸테니 120부를 보내달라고 요청해 왔다. MIT대학원은 이 책을 「외국인 한글교실」의 교재로 쓰겠다고 했고, 텍사스의 ANN대학은 매년 2월 인터내셔날 위크에 소개하겠다고 연락해 왔다. 인디애나대학의 코리안클럽은 이 책자를 보고 힘을 얻어 한국을 알리는 활동을 크게 펴겠다고 알려왔다. 해군연구소에서는 이순신에 관한 다른 자료를 복사하여 이들에게 전해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이순신장군에 대해 열광하는 이유는 신화와 같은 그의 전승기록 뿐 아니라 갖은 수모와 위기를 겪으면서도 끝까지 조국을 위해 헌신한 애국심,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낸 용기와 불굴의 의지, 민족을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모두 던진 희생정신 때문이다. 미국 육군정보부의 대령으로 은퇴한 토마스 브래너씨는 역사학으로 두 개의 학위를 받았고 프린스턴대학과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뉴저지 에섹스 커뮤니티대학에서 군사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이순신 전기를 읽은 후 “이순신은 위대한 전사이자 겸손한 분으로 존경받아야 마땅할 분”이라고 소감을 적어 보냈다.민씨는 이번 새해에 두 종류의 한국 달력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돌렸다. 하나는 한복을 소개하는 달력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한국도자기와 거북선 등 문화재를 소개하는 달력이다. 달력을 받은 고객들은 한국문화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번 놀랐다. 한 사립학교의 교사는 이 달력을 학교
에 걸어놓고 학생들의 교육용으로 쓰겠다면서 여러개를 가져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민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면서 두 나라에 모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어 이런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한국을 사랑하게 되어서 너무도 기쁘다고 했다. 박씨는 이 일을 하면서 경비문제 등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이순신 정신이면 못할 것이 없다”고 용기를 냈다고 했다.이순신 알리기에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이들은 이제 웹사이트를 통해 이순신장군을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미 영어와 이태리어, 독일어, 중국어로는 번역이 끝났고 현재 러시아어, 스페인어, 불어로 번역중이라고 한다. 이순신에 이어 앞으로 세종대왕, 원효대사, 신사임당, 계백장군, 선덕여왕 등 위인들도 소개할 예정이라고 한다.그리고 이들은 또다른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의 정신문화인 충, 효, 의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심청전, 흥부전, 의로운 형제 등 한국의 고전을 소개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미 자료 수집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개인들이 호주머니를 털어 이런 활동을 전개한다는 것은 금강경독송회의 「마음살림살이」가 아니고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활동에 뜻있는 한인들이 동참함으로써 한국의 역사와 문화, 위인과 그 정신을 세계에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생각이 절실해진다.
<이기영 본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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