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는 ‘1월 효과’라는 것이 있다. 다른 달에 비해 평균적으로 1월에 가장 주가가 많이 오르며 그 해 1월의 주가 동향이 1년간 주가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1927년부터 2001년까지 미 증시를 보면 1월 달에는 평균 3.9%가 오른 반면 가장 성적이 나쁜 9월 달에는 0.7%가 하락했다. 지난 100년간 1월에 주가가 오른 경우는 70%, 내려간 경우는 30%였다. 주가가 11월부터 5월까지 주로 오르고 6월부터 10월까지는 별 볼 일 없다는 것 또한 통계로 나와 있다. “5월에 팔고 집에 가라”(Sell in May and goaway)는 속담도 그래서 나왔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세금을 덜 내기 위해 12월에 손해가 난 주식을 판 투자가들이 1월에 포트폴리오를 새로 정비하기 때문이라는 설, 연초에는 투자가들도 희망에 부풀어 낙관적인 분위기에 휩싸이기 때문이라는 설 등이 있으나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저러나 이 ‘1월 효과’가 최근 들어서는 잘 맞지 않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 이야기다. 지난 6년간을 보면 2000년 1월은 상승, 2001년, 2002년, 2003년 하락, 2004년 상승, 2005년 하락, 올해는 아직 1주일 남았지만 하락, 이런 식이다.
그 대신 최근에는 ‘산타클로스 랠리’라는 게 생겼다. 투자가들이 ‘1월 효과’를 계산하고 앞다퉈 12월에 주식을 사기 때문에 주가 상승이 12월로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이를 기대하고 주식을 산 사람은 실망감을 맛봤을 것이다. 지난해 12월은 웬일인지 큰 폭으로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덕에 다우존스 주가지수는 “끝자리가 5로 끝나는 해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오래된 전통을 깨고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모든 사람이 아는 지식을 가지고 주식시장에서 돈 벌기는 어렵다. 너도나도 1월에 주식이 오르는 것을 알고 미리 사두는 장세에서는 막상 1월이 돼도 더 이상 주식을 사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1월에 주식이 오르면 1년 내내 오른다’는 속설은 어떨까. 지금까지는 70%의 명중률을 보여왔지만 이 또한 최근 들어서는 잘 맞지 않고 있다. 2000년 1월에는 올랐지만 이 때부터 미 증시는 대공황이래 최악의 주가 하락이 시작됐다. 2003년 1월에는 주가가 떨어졌지만 연말에는 폭등세로 돌변했다. 이래저래 주식으로 돈 벌기는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 문학의 토대를 닦은 문호이자 글을 써 백만장자가 된 첫 미국인인 마크 트웨인은 돈 관리에는 무능했다. 인세로 벌어들인 돈을 잘못 투자했다 빚만 지고 이를 갚느라 평생 고생했다. 그런 그가 주식 투자가들에게 다음과 같은 금언을 남겼다. “10월은 주식 투자에 몹시 위험한 달이다. 7월과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2월도 그렇다.”
올 들어 전 세계 주가가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쿄 증시가 하이텍 회사인 ‘라이브 도어’ 스캔들에 휘말려 6%나 폭락하며 문을 닫더니 한국 코스닥도 불과 2주 사이 20%나 추락하며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주 금요일에는 미국 증시마저 다우 지수가 2년래 최대 폭인 200포인트 이상 추락하면서 연초 올랐던 상승분을 모두 까먹었다.
미 증시는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주요 지표의 하나다. 요즘 들어서는 ‘1월 효과’가 잘 들어맞지 않는다고 안심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100년간 70%의 명중률을 갖고 있는 나침판을 무시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더더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이상 그 효력을 믿지 않을 때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증시의 격언이다. 새해 벽두부터 벌어지고 있는 세계 주가의 동반 추락을 예의 주시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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