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국문화원(원장 전영재)의 미술 담당관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 작품의 관리 어려움으로 백씨의 장인 정신 부족을 탓했다.
LA한국문화원이 소장하고 있는 ‘최초의 디지털 작곡가 스콧 조플린’의 30일 모습은 세계적 예술가 반열에 오른 작가의 작품치고는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최초의 디지털 작곡가로 추정되는 로봇은 이미 1년 6개월째 창고 속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으며 작곡가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피아노는 1층 전시관에 많은 상처를 입은 채 흉물스런 모습만 노출시키고 있었다.
LA한국문화원에 따르면 100여명이 들락날락하는 외국인 대상 한국어 수업이 있는 날이면 작품에 크고 작은 생채기가 난다. 피아노의 건반을 두들겨 보는 외국인이 부지기수란다. 전시관에 진열된 작품에 손을 대는 외국인의 몰상식은 비난을 피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이들 외국인 중 몇 명이나 이 작품을 세계적 아티스트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건반을 두들겼을까.
현대 예술을 꽤나 안다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 작품이 세계적 아티스트의 작품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 흉물스럽게 방치된 피아노에는 작품명과 작가 등 어떤 설명도 붙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LA한국문화원은 오래된 TV 브라운관, 조잡한 전선 등을 예로 들며 ‘백씨의 엉성함’을 탓했지만 과연 비난의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LA한국문화원은 피아노의 부속물인 부러진 네온 유리관을 스카치 테잎으로 덕지덕지 붙여 놓은 채 방치해 두었다. 이 정도면 LA한국문화원은 문화테러의 동조자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국제교류재단이 백씨로부터 10만 달러에 이 작품을 구입한 때는 1993년이다. 이때 백씨는 베니스 비엔날레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 작가로서 최고의 영예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13년이 흐른 현재 작가는 별세하고 그의 땀과 영광이 담겼 을 작품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 하고 있다.
1963년 아무도 생각지 못 했던 TV수상기 13대를 들고 비디오 아트의 영역을 개척한 백남준. 자유로운 예술 정신의 소유자인 백씨는 생전 이렇게 말했다. “예술은 결과야 어떻든 개인을 위해 하는 것이지 나라를 위해 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래도 LA한국문화원의 처사에 섭섭한 것은 기자 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석호
<사회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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