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명 뿐… 자체 세력 형성못해
흑인-히스패닉 폭력사태 눈치만 봐
2만명이 넘는 미결수들이 수용돼 있는 LA카운티내 구치소들이 흑-히스패닉간 인종갈등으로 바람잘 날이 없다. 지난 일주일간 발렌시아 북쪽 캐스테익에 있는 ‘피체스 구치소“(Pitchess Detention Center)에서만 16건의 크고작은 흑-히스패닉간 패싸움이 발생, 1명이 사망하고 수십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구치소 보안을 책임지고 있는 LA카운티 셰리프국은 9일 이례적으로 구치소 사역을 벌이고 있는 교목들과 각 커뮤니티 종교지도자, 언론사 기자 등 100여명을 초청, 폭력사태가 빈발하는 구치소 내부를 공개하고 이들로 하여금 재소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도록 배려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병희·존 황 목사 등 2명의 한인교목도 참여, 한인 재소자들에게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이들을 위로했다.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도는 피체스 구치소를 돌아봤다. <구성훈 기자>
“아무 잘못이 없는 제가 왜 여기 와 있는지 모르겠어요. 가끔씩 면회오시는 부모님 얼굴을 보는게 유일한 낙입니다”
9일 오전 11시께. 작년 12월 샌퍼난도 밸리에서 친구들과 함께 한 베트남계 청소년을 흉기로 폭행해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된 한인 유모(18·본보 1월26일자 A3면)군은 몸무게가 두배는 됨직한 흑인 거구들 틈에 끼어 창살 사이로 자그마한 얼굴을 내밀었다.
살인미수 혐의로 100만달러의 보석금이 책정된 중범 용의자라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유군은 순진해 보였다. 이병희 목사는 막내아들 뻘 되는 유군의 손을 꼭 잡고 하나님께 기도를 올렸다. “주여, 이 어린 양을 보살펴 주옵소서…” 이 순간 유군은 고개를 떨궜다.
옆에 있던 흑인 재소자들도 덩달아 고개를 숙이고 두 눈을 지긋이 감았다. 기도가 끝나고 이 목사가 “요즘 흑-히스패닉간 인종갈등으로 구치소가 시끄러운데 잘 지내느냐”고 묻자 유군은 “아직은 괜찮다. 흑인친구들이 친절하게 대해준다”고 대답했다.
구치소 내에서 잇따르고 있는 대부분 폭력사건은 재소자 대다수가 갱 단원인 히스패닉들이 흑인들에게 먼저 시비를 걸면서 시작된다고 구치소의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부국장급인 마크 클럭맨 구치소장은 “폭력사태를 일으키는 히스패닉 재소자들은 두목급의 ‘지령’을 실천에 옮긴다”며 “많은 재소자들은 조용히 지내길 희망하지만 보복이 두려워 할 수 없이 싸움에 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락부락하고 덩치 큰 흑인들도 벌벌 떨 정도로 히스패닉들의 폭력은 심각하다고 한다. 구치소측은 히스패닉들을 타인종들과 완전히 격리시켰으며 폭력사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때까지 재소자들의 모든 구치소내 활동을 금지시키는 락다운(Lockdown) 조치를 취했다.
이날 오전 11시30분께. 흑인, 백인, 아시안들이 함께 생활하는 감방 아래층에 있는 히스패닉 감방을 찾았다.
갑자기 방문객들이 찾아오자 히스패닉 재소자들이 앞다퉈 창살 쪽으로 걸어왔다. 이들의 팔, 다리, 가슴 등 신체부위는 갱 문신으로 가득했다. 경쟁적으로 갱 사인을 그리며 외부인들을 조롱하는 듯한 말투는 “갱 단원들로부터 평화는 기대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구치소내 3,400여명의 재소자중 히스패닉이 60%, 흑인이 30%, 백인과 아시안이 1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한인 재소자는 1%가 채 안되는 20~30명선. 숫자가 너무 작아 자체세력 형성은 꿈도 꾸지 못하고 히스패닉과 흑인 사이를 오가며 눈치만 살피는 신세라고 이 목사는 전했다.
“한인 재소자들 너무 불쌍합니다. 옛날 얘기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요즘도 재소자간 성폭력이 가끔씩 일어나지요. 한인은 물론 피해자고요. 하루빨리 구치소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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