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을 다녀왔다. 국회초청으로 레인 에반스 의원과 함께 한국을 공식방문 한 것이었다.
공식 행사 중 어떤 장관과 국회의원을 만났을 때 혼혈인 이슈에 대해 언급해 봤다. 그러나 격려나 관심을 보이기는커녕 말을 꺼낸 내가 오히려 무안할 정도로 외면하는 것이 아닌가.
공식 행사 외에 따로 에반스 의원과 함께 한국에서 혼혈인 자동 시민권 부여 법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 회견장에는 혼혈인 이슈에 대해 의미를 크게 부여하는 일부 몇몇 언론사만 눈에 띄었다. 혼혈인에 대한 한국사회의 냉대와 무관심을 또 한번 절실히 느꼈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명이라고 다시 한번 다짐하고 돌아온 방문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수퍼 혼혈인이 탄생한 것이다. 수퍼볼의 수퍼 MVP에 한인 혼혈인 하인스 워드가 뽑혔다. 한국은 그를 하루아침에 영웅으로 만들었고 혼혈인에 대한 각성까지 노래 부르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지 2주일도 안돼서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한국은 하인스를 버렸지만 그는 한국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미 한인 사회도 하인스를 따돌렸지만 그는 한국인임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하인스를 생각하면서 혼혈인 이슈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되어 무척 다행스럽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하인스와 그 어머니 김영희씨는 엄청나게 고생을 한 모양이다. 내가 불과 2주전 한국에 다녀왔을 때 정치인이나 언론들이 보여준 무관심을 생각하면 30년전 하이스가 태어났을 때 한국사람들이 흑인사이에서 나온 그와 그의 어머니를 어떻게 대접했을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기 때문이다.
하인스는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불쌍한 사람은 아버지의 존재조차 알 수 없는 혼혈인들이다.
이들은 겉모습으로 미국계인 것이 분명해도 미국인으로서의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계류중인 혼혈인 법안은 이에 따른 부조리를 막기 위한 것이다. 전쟁 중 혹은 미군 아버지가 버리고 간 혼혈인들의 시민권 자동부여 법안이다.
하인스를 통해 한국인의 열린 민족주의의 눈을 뜨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불평등 제거를 위한 실질적인 법적 조치를 마련해야겠다.
한국 방문 중 어떤 국회의원이 혼혈인도 한국에서 군대를 갈 수 있도록 법안을 심의하겠다고 했는데 하루 속히 혼혈인 차별 금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절실하다. 또한 현재 미 국회 하원 법사위원회에 계류중인 2개의 혼혈인 법안을 한 개의 법안으로 함축하는 조치를 빠른 시간 안에 시도할 예정이다.
혼혈인 시민권 자동부여 법안은 그들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란 것을 의미한다. 그들이 수퍼 혼혈인이기 보다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한국 사람, 미국 사람이길 바란다. 겉의 피부색깔 때문에 속의 피 색깔을 못 보는 한국인의 색맹을 이제는 치유할 때가 온 것 같다.
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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