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최고수익 및 투자 원금보장’과 관련된 투자사기 제보를 받았다. 이 제보자는 몇 년간 알고 지냈던 투자회사의 직원이 추천한 한국내 중소기업의 주식에 선뜻 10만달러를 투자했다가 현재 원금과 약속된 수익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투자사기 사건으로 생각하고 취재에 나섰지만 워낙 두 사람의 말이 다르고 투자회사 직원이 제보자의 원금과 투자금액의 30%에 달하는 수익을 지불하겠다는 약정서까지 작성한 것을 본 뒤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일단 기사화를 보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제보를 취재하면서 황당한 일들을 발견했다.
두 당사자들은 처음부터 모든 계약을 구두로 합의했다. “투자와 관련 어떤 증거를 남겨두었냐”고 묻는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이 “없다”였다. 오로지 그 동안 쌓인 친분과 ‘원금보장’이라는 말만 믿고 덜컥 투자를 결정했고 말로만 약속들이 오고갔다. 그나마 작성된 약정서는 최근에 부랴부랴 급조한 것이었다.
자금이 투자된 한국의 중소기업에 대해 질문하자 이 제보자는 “한참 후에 확인해보니 그 회사의 대표란 사람이 실제 대표인지도 알 수 없었고 회사 정보도 나와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주식투자를 해 봐서 현재 확보한 정보는 분명한 것”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그렇다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처음부터 자신이 투자할 회사를 꼼꼼히 확인했다면 아예 이런 제보는 받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답답했다.
투자회사의 직원은 “처음에는 좋은 투자일 것으로 생각해서 워낙 친분이 있는 고객이라 적극 추천했는데 주가가 떨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제는 이 고객으로부터 협박 아닌 협박을 받으며 그 동안 쌓인 친분이 무색할 지경”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국 이 사건은 정확한 자료를 밝히지 않고 ‘묻지마 투자’를 추천한 투자회사 직원과 이를 철썩 같이 믿고 무조건 돈부터 건 낸 이 제보자 양측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제보를 바탕으로 이번 일을 취재하면서 지난 1∼2년 동안 대형 투자사기 사건들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이유를 알고도 남을 것 같았다.
김진호
<경제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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