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국제적 재벌 집안 사람들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듯 여권을 나오는 대로 꺼낸다”고 하며 그들의 다국적을 빗대어 말한다. 대개의 나라들이 이중국적을 인정할 뿐 아니라 여러 국적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는 뜻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한 사람이 두 개 이상의 여권을 가진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국적은 단 하나이어야 한다는 전통적 사고방식 때문일까?
이제 한국 기업체들도 세계 각국에 회사와 공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국제적으로 투자하고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을 운영하려면 국적도 여러 개를 가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 우리 한인들이 소박하게 요구하는 이중국적은 국제적 재벌이라 그런 것이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 사는 데에 필요해서 행정상 얻은 외국 국적 때문에 자기의 뿌리이며 영혼인 한국인의 신분을 버리지 않으려는 애국심이며 본능적인 애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 시민권을 얻거나 외국 국적을 취득했어도 대부분의 한인들은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호적과 주민등록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모두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언제라도 돌아가서 살고 싶은 조국이며, 자손들도 족보에 이름을 올리듯 호적에 넣고야 만다. 그러니까 행정적으로는 외국인이 되어도 인간적으로는 여전히 한국 사람이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런 한국 민족이 전세계에 수백만이 있는 것이다.
한국은 이들 재외 한인뿐 아니라 혼혈인과 한국에 와서 사는 외국인까지 한국 문화권으로 수용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기여하는 자본적 투자뿐 아니라 노동력과 기술, 문화적 능력을 가진 인적 자원을 모두 한국인으로 포용하여야 한다. 그래서 한국의 세계화뿐 아니라, 요즈음 확산되는 한류처럼 세계의 한국화도 능동적으로 주도해야 한다.
IT 기술의 발전에서 보듯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이제는 세계가 인정하고 있고, 너도나도 이 문화를 배우려고 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혈통적으로 한국인으로 태어나서 외국나가 살다가 그 나라 국적을 얻은 사람들을 한국인이 아니라고 내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세계의 한인들에게 한국 국적을 인정해서 포용하고 그들이 한국에 자유롭게 왕래하고 교류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이중 국적을 인정하면 내국인들이 노동시장을 잃게 된다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요즈음처럼 한국인들이 외국으로 많이 나가고 출산을 기피하고 있을 때, 외국에 있는 한인들에게라도 고국에 가서 기여하는 기회를 주지 않으면 장래에 누가 이 사태를 해결할 것인가?
한국 영토 안에 있는 사람들만이 한국인이라는 사고 방식은 더 이상 이 국제화 시대에 통하지 않는 편협한 선입견이라고 본다. 물적 교류, 지적 교류를 주도하는 인적 교류야말로 우리의 발전과 힘이 되는 원동력이다.
세계 문화에 기여하고 그 일익을 담당할 우리는 ‘한국인’이라는 개념을 열린 자부심으로 가져야 한다. 이제는 세계 많은 국가에서 한국어를 하는 것을 본다. 교포들 뿐 아니라 각국인들이 우리말을 배우고 쓰는 것이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의 시를 읽고 노래하며 울고 웃는다. 이러한 마당에 이중 국적을 인정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이 되어 한국과 한국 문화 발전에 기쁘게 기여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진정으로 한국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연행 불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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