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팀과 LA 갤럭시의 축구경기를 보러 아이들과 함께 갔었다. 경기장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빨간 티셔츠를 입은 많은 한인들 가운데 드문드문 노란 셔츠의 미국인들이 있는 것을 보고, 저 사람들은 왜 노란 셔츠를 입었느냐고 물었다. 그 사람들은 LA 갤럭시를 응원하러온 팬들이라고 하자, 그럼 우리는 누굴 응원해야 하느냐고 물어 나를 잠깐 고민스럽게 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LA에 사는 아이들이 왜 LA 갤럭시가 아닌 한국 축구팀을 응원하러 왔는지, 아이들은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할지, 내심 궁금했다. 아이들에게 너희가 응원하고 싶은 팀을 응원하라고 하면서도 우리는 코리안이니까 다른 많은 한인들이 빨간 티셔츠를 입고 한국팀을 응원하러 왔듯 우리도 그래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등의 구호를 따라 외치며 즐겁게 축구경기를 관람했다. 3대0으로 승리한 그날 게임은 말할 수 없이 재미있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올림픽 경기를 시청할 때도 1.5세는 물론 2세들까지 우리는 미국과 한국이 겨룰 때는 한국팀을, 미국과 다른 나라 게임에서는 미국을 응원하곤 한다. 한국과 미국이라는 국가 차원보다는 같은 민족이 더 먼저 피부에 와 닿는 것으로 생각된다.
2세들이라도 미국사람들 보다는 같은 한인친구들이 더 편하고 가깝게 느껴지고, 또 아시안 친구들을 선호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미국이란 나라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 어떤 부모들은 아이들이 100% 영어만 하고 한국어를 못하게 하면서 미국사람들과 똑같이 미국문화에 융화되어 살기를 바란다고 들었다. 한인학생들이 자기네끼리만 놀고 한인타운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하지만 미국에 살면서도 아이들과 한인교회에 참석하며 한글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것은 아이들이 코리안의 자긍심을 갖고, 언제 어디에서나 당당하고 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간접적인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방송중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많은 입양아 출신의 한인들이 세계 여러나라에서 친부모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양부모들도 그들의 노력을 지지하며 함께 돕는다. 그런 모습을 보면 뿌리를 찾는 것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세우는데 얼마나 중요한 지 느끼게 된다. 입양아 출신으로 알려진 미국대표 올림픽 스키선수인 토비 다슨은 자신의 웹 페이지에 친부모를 찾고 싶다는 소원을 내 비쳤고 매년 한인 입양아들을 위해 열리는 캠프에서 봉사했다고 한다. 또한 풋볼 MVP선수 하인즈 워드는 최근 미국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혼혈 한인들에 대한 전에 없던 관심을 끌어올리는 데 큰 공헌을 했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 배우들과 드라마, 영화가 세계에서 인정을 받고, 미셸 위, 샌드라 오 등의 유명인들이 한인의 위상을 높이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런 반가움에 발맞춰, 이제 우리 한인 부모들도 2세들에게 더욱더 한인의 뿌리를 가르치고 한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한다. 아이들이 미국에서 당당히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자기자신에 대한 확실한 의식이 무엇보다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대 멕시코 축구 경기는 텔레문도라는 히스페닉 방송의 중계로 보면서 스페인어로 나오는 방송을 보다못해 소리를 끄고, 한국어 라디오 중계와 같이 들었다. 하지만 텔레비전의 화면이 라디오 중계보다 한 5초 늦게 나와서 스릴 있게 게임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우리 한인들의 뿌리가 더욱 탄탄해져서 미국내 한인 방송국도 24시간 방송으로 발전하여 히스패닉이나 주류 방송국과 같은 수준으로 방영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보았다.
강소아 텐 커뮤니케이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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