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두개라 일주일 내내 하루도 빼지 않고 일하는 마이클 시몬스 주니어는 좋아하는 TV를 마음껏 보지 못하는 것이 불만이었지만 새로운 테크놀로지 덕분에 문제를 해결했다. 농구게임은 ESPN360, 그래미상 시상식 주요장면은 야후에서 다운로드하고, 연속드라마 ‘로스트’나 ‘24’도 랩탑에 담아서 이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거의 다 볼 수 있다. 사실 그의 TV 시청은 70% 이상이 실제 방송시간이 아닌 때에 이루어지며 텔리비전을 통하지도 않는다.
랩탑·셀폰등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 보급
원하는 프로 다운받아
때 장소 안가려 시청
광고에서도 ‘해방’
미디어와 테크놀로지 업계가 자꾸 새로운 비디오 시청 방식을 내놓음에 따라 소비자들과 TV와의 관계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거실에 놓인 커다란 상자가 더이상 언제 어디서 프로그램이 소비될지를 결정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새로 나오는 전자제품과 초고속 무선 인터넷 덕분에 소비자들은 텔리비전에 자기 스케줄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텔리비전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추고 있다.
토요일에 방송될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 예고편을 e 메일로 받아 월요일에 컴퓨터로 보기도 하고, 연속 드라마가 다음 회에 어떻게 전개될까 기다릴 필요 없이 한 시즌 내용을 한꺼번에 볼 수도 있다. 야구 게임 9회 전체를 하일라이트만 모아 15분만에 소화할 수도 있다. 이제 광고나 프로그램 안내 같은 것은 필요한 것만 골라 보는 젊은 세대들에겐 구시대의 유물이다. 그들에게 텔리비전 방송을 보기 위해 일정한 시간이나 장소에 얽매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암 연구원으로 일하는 앤디 타오(28)는 휴대용 텔리비전 덕분에 지루한 40분간의 지하철 통근시간이 훨씬 즐거워졌다. 4시간분량의 TV 쇼를 담은 DVD 한장으로 이틀 출퇴근 시간을 알차게 보낸다는 그는 지난 크리스마스에 선물로 받은 DVD 플레이어로 ‘알리아스’ ‘24’ ‘프렌즈’를 보고 있고 도대체 왜 그렇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지 알아보려고 ‘위기의 주부들’도 볼 생각이다.
텔리비전 시청 현황을 조사하는 아비트론과 닐슨 미디어 리서치 같은 회사들이 아직 이런 종류의 대안 또는 온라인 TV 시청에 대한 데이타를 수집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추세는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애플 컴퓨터의 ‘아이튠 스토어’가 비디오도 판매하기 시작한 이후 1200만건 이상이 다운로드 됐으며, 셀폰 비디오 제공사 ‘모비TV’도 다양한 셀폰회사를 통해 5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최근 IBM의 비지니스 컨설팅 그룹이 낸 ‘우리가 알고 있는 텔리비전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녹화된 비디오가 소비자들 사이에 더 널리 자리를 잡게 되면 수십억달러의 광고수입이 자취를 감추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연구는 휴대용 텔리비전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훨씬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보고했다. 셀폰을 통해 영화도 보는데 관심이 있다는 사람이 13~17세 연령층에서는 48%인데 비해 55세 이상에서는 23%로 나타났다.
이미 지난 몇 달간 ‘아메리카 온라인’, ‘애플’‘야후’‘구글’‘마이크로소프트’의 ‘MSN’ 같은 테크놀로지 회사는 물론 ABC, CBS, NBC, 같은 네트웍 TV및 제작 스튜디오들이 모두 텔리비전이 아닌 장치를 이용해 텔리비전을 보는것을 앞장서서 장려하고 있다. 또 앞으로 기술도 더 나아지고 온라인 비디오의 선택범위도 더 넓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가트너’사의 분석가인 마이크 맥과이어는 “사람들이 점점 자기가 원하는 내용을 자기가 원할 때 랩탑, 데스크탑, 셀폰,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등 다양한 장치를 통해 보기를 원함에 따라 전혀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고 말한다. TV가 내 스케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 스케줄에 맞춰서 TV 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광고를 보지 않는 것만으로도 TV 내용을 온라인으로 구입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는 사람도 있다. 놓친 ‘로스트’ 1회분을 기꺼이 1달러99센트를 내고 사서 본 제이슨 노박은 비디오의 질도 좋지만 광고의 방해를 받지 않고 내용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좋아서 계속 온라인으로 시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희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