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생이 우리의 ‘전통’으로 이어지기를...
우연히 가본 펜실베니아 주에 있는 ‘조지 나카시마(George Nakashima)’라는 원목 가구 쇼룸은 통나무를 그대로 이용한 테이블이나 의자들을 공연히 촌스럽게만 생각하고 있던 나의 미적 감각뿐 아니라 생활철학까지도 바꾸어 주었다.
일본인 미국 이민 2세인 조지 나카시마가 70여년 전 시골 농장인 이곳에 자리 잡고 가구를 만들기 시작하여 이룩해놓은 이곳은 쇼룸이나 스튜디오라기보다는 나카시마의 ‘살아있는’박물관이라 하고 싶었다.
16년 전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일을 한 조지 나카시마 뒤를 이어, 하버드 대학을 나온 일본인 3세인 그의 딸과, 4세인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MBA를 한 손자가 자기의 어린 아들 5세를 데리고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지금 조지 나카시마 생전에 만들어졌던 가구는 이미 천문학적 숫자의 가격이다.
뉴욕시내에도 40년을 한 자리에서 다다미와 쇼지 창을 만들고 있는 일본사람이 있다.
워낙 가업을 물려받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일본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미국에서 살면서도 대를 이어 전통을 지킨다는 것이 놀라왔다.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할 때마다, 여기 살다보면 친일파가 안 될 수가 없다고 우스개 소리를 하지만, 사람들에게 뉴욕 구경을 시켜줄 때, ‘이사무 노구치’ 뮤지엄서부터 그리니치 빌리지의 20년 넘은 식당, 5번가의 최고급 꽃가게나 생활용품 가게, 디자이너 부틱 등 이곳에 높게 자리 잡은 일본 문화를 빼놓을 수가 없다.
일본 찬양이 아니다. 우리들에게 왠지 결여 되어 있는 것 같은 우리의 전통을 한번 되짚어 보고 싶은 것이다.
사실 우리 한국동포들 대부분이 한국식으로 살고들 있다. 미국식을 따라 보다가는 ‘암만 그래도 한국 사람은 한국 사람이야!’를 부르짖기는 해도, 과연 우리가 지키는 한국 사람의 전통은 무엇인가. 꼭 가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조시대 왜정시대 낡은 사고방식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나카시마가 자손에게 물려준 ‘전통(Legacy)’은 일본식 가구 만드는 일이 아니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삶의 가치’이다.
내가 내 부모로부터 이어받았고 또 내가 내 자식에게 물려줄 나의 전통은 무엇인지....지금 대학에서 열심히들 공부하고 있는 내 아이들을 생각해본다. 얘네들이 나에게서 받는 것이 뭘까? 흔히 성공했다 하는 우리 2세들이 부모에게 감사히 여기는 것은 그들의 [고생]이다. 물론 고생했다. 문제는 그 고생이 바로 돈을 벌기위한 이민 1세의 고생으로 끝나 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돈만 많이 번다면 어떤 업종이 되던 상관이 없고, 자식들에게만은 이일을 시키고 싶지 않고, 일단 돈을 충분히 벌었으면 어디 플로리다라도 가서 나머지 평생 편히 지내자는 생활철학은 과연 어떤 철학인가. 삶이 고되고 눈앞에 해결해야할 일이 쌓여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 자식들에게 소신껏 물려줄 나의 전통을 내가 오늘 지켜야겠다는 생각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