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하면 제일 먼저 민족의 얼이 담긴 3.1절 그리고 8.15 광복절을 생각케 한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태극기만 보아도 가슴이 찡해 오는 것은 웬일일까.
이번 이탈리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젊은 건아들이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며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감격을 누리던 통쾌한 광경을 우리는 보았다. 선수들이 메달을 목에 걸고 태극기가 애국가 음악에 맞춰 경기장의 시상대 위에서 올라갈 때 우리는 눈시울 적시는 감격을 경험했다.
국경일을 기념하는 태극기 물결이 고층 아파트의 집집마다 층층마다 춤추는 한 일간신문 첫 면에 실린 사진은 감히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
전에 어느 외국인 친구는 “세계각국의 국기 가운데 한국의 태극기가 가장 아름답다”라고 했다. 그런 그에게 태극기의 표식엔 동양철학의 오묘한 진리가 새겨져 있음을 설명해 준 일이 있었다.
이렇게 외국인들도 흥미를 갖고 칭찬하는 우리의 신성한 국기가 요즘 들어오히려 한국의 정치인들에 의해 퇴색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모 정치인은 북한을 방문할 때 양복 가슴에 단 태극기 뺏지가 거꾸로 달려있었고 어느 관청에 게양된 태극기는 규격과 모양이 잘못되어 국민들의 입방아에 찍히는 일까지 있었다.
한국 내에서 열린 운동경기에 북한에서 응원단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태극기를 든 우리 응원단을 우리 경찰이 제지하는 나라가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더욱이 국기도 아닌 정체불명의 한반도 상징물을 앞세워 남북선수단이 함께 입장하는 모습을 보니 화합의 감정보다 솔직히 좌절과 실망에 찬 한숨이 더 컸다.
세계 10위 권의 경제대국이요 운동경기에서도 상위권에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무엇이 부족해서 북한의 눈치를 보며, 어쩌다 이 꼴이 됐나 싶어 가슴이 서글펐다.
어느 시인은 태극기를 일컬어 몸부림이라고 읊었다. 나라 잃은 슬픔을 안고 자유와 독립을 갈구하던 몸부림, 전쟁 때 사랑하는 남편의 목에 태극기 걸어 주고 전선에 보내는 아낙의 몸부림이라 했다.
이제 가난을 딛고 일어서 세계 선진국 반열에 선 용기의 몸부림, 머지않아 통일호 열차의 선두에 태극기 날리며 우렁차게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질주할 소망의 몸부림이 바로 태극기라 외치고싶다.
지난날의 선배들은 태극기를 눈물이라 부르기도 했다. 조상들의 피로 얼룩진 태극기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느냐 하는 뜻이다. 이제 젊은이들은 번영과 희망에 찬 태극기에 감사하고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뜨거운 눈물을 흘려야만 할 때이다.
태극기 사랑은 곧 나라 사랑이다. 고난의 역사를 딛고 영광의 미래로 향한 태극기는 우리의 표상이요 소망이다. 국토의 분단과 온갖 주변정세의 시달림 속에서도 끈질기게 지조를 지켜온 민족의 자존심이며 언젠가는 꼭 보아야 할, 백두산 영봉에 태극기가 휘날릴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이재학
재미시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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