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해오던 가게를 정리했다. 그 동안 세금에 관한 일은 모두 근처 공인회계사 A씨가 도맡아 도와주었다.
그 회계사로부터 청구서 한 장이 날아왔다. 내 기억으로는 깨끗이 정리가 된 줄 아는데 매달 내야하는 돈이 밀려있었다는 것이다.
계산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니 어련하랴 싶어 개인 체크로 청구서 액수를 지불하고 뭔가 석연치 않아 먼지가 쌓인 옛날 장부들을 밤새워 뒤져 문제가 된 달의 체크를 발견해냈다. 수표 끊고 남는 스텁을 갖고 회계사를 찾아갔더니 그 부인이 그것은 한갓 종이에 불과한 것이고 은행에서 되돌아온 체크를 갖고 오라는 것이었다.
14년간을 서로 믿고 거래한 처지에 그런 차가운 반응에 집에 와 다시 열심히 은행에서 돌아온 수표를 찾았다. 2004년 3월에 보낸 수표를 찾을 수 있었다. 회계사 사무실에서 받고도 사무처리상 누락이 되었던 것이다.
회계사를 찾아가 이를 제시하고 나중에 보낸 개인 수표만큼의 액수를 돌려달라고 했더니 줄 돈이 없다며 몇 년 전에 또 미납된 게 발견됐다는 것이다. 청구서 보낼 때 분명 ‘Total Amount Due’라고 써서 보냈는데 그 날짜 이전의 것이 또 있다니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내가 분한 것은 찾아낸 수표로 흑백이 분명히 밝혀졌는데 자신의 실수를 인정치 않고 끝까지 자기네 계산에는 변함이 없다고 우기는 것이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은행에서 돌아온 말없는 종이 한 장이 이들의 실수를 증명해보이고 있는데 나에게 “미세스 리, 미안하게 됐네요”하고 한마디만 해주었으면 모든 게 봄눈 녹듯 녹았을 텐데….
이지현/베데스다, MD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