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마호니 추기경이 미 전국을 휩쓸고 있는 감정적 반이민 정서를 강하게 비난하며 교회가 보다 인도적인 이민법 개혁을 위해 적극적으로 앞장서겠다고 공표했다. 미 가톨릭교회 최대 교구인 LA 대교구장 마호니 추기경은 설사 연방법에 불복한다 해도 교회는 불체자들을 위한 각종 지원을 계속할 것이며 인도적인 이민법 개정을 위해 산하 288개 교구 500만신도들에게 이 사순절 기간 금식과 기도를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추기경은 특히 불체자를 돕는 교회 등 자원봉사자들도 불고지죄로 처벌하겠다는 연방하원의 강경 반이민 법안을 겨냥, “교회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곳이지 이민국 단속요원이 아니다”라고 정면으로 질책했다.
마호니 추기경과 가톨릭교회는 그동안 계속 이민자들의 편에 서 오긴 했으나 이번처럼 단호한 발언은 이례적이다. 이 사회 가장 힘없는 마이너리티인 불체자들에게 마음 편히 기댈 수 있는 든든하고 따뜻한 손길이 주어진 셈이다. 부활절을 앞두고 참회하고 근신하는 ‘재의 수요일’에 전해진 추기경의 메시지는 이민의 후예인 미국인들에게 “이민자들을 향해 마음을 열라”고 일깨워주고 있다.
‘불법’으로 체류하는 이민들이긴 하지만 그들의 숫자는 1,000만을 넘어섰다. 연금 혜택도 못 받으면서 매년 연방정부에 70억달러의 소셜시큐리티 세금을 바치고 있는 그들의 미국 경제에 대한 공헌도는 이미 공인된 지 오래다. 지난 12월에 통과된 연방하원안처럼 마녀사냥식 규제가 아닌 보다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대책으로 연방정부가 이들의 살길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번 주부터 드디어 연방상원에서도 이민법 개정안 심의가 시작되고 있다. 추기경도 지적했듯이 중간선거와 맞물려 지나치게 정치화되고 있는 이민법 논쟁에 도덕적·윤리적 측면을 강화시켜야 할 때다. 20만이 넘는 불체자를 안고 있는 한인사회도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한인회를 비롯한 ‘대표’라는 단체들이 지금처럼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민족학교 몇몇 젊은이들에게만 그 짐을 다 지고 가라고 하기엔 우리 커뮤니티에도 그 여파가 너무나 크고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마호니 추기경의 인도적 메시지가 한인사회에도 불체자 구제에 대한 책임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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