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가든그로브의 한 식당을 찾았다가 비위생적인 서비스에 화가 난 소비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문제의 식당에 자초지종을 물어본 적이 있다.
업주는 사건의 전말에 대한 진상파악과 사과 대신 “업소내 보안카메라로 살펴보니 음식을 잘 먹고 팁까지 내고 나갔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이 업주는 취재가 이어지자 제보를 했던 한인이 다니던 교회에 전화를 걸어 오히려 항의까지 했다고 한다. 뭔가 뒤바뀌어도 한참 바뀐 것 이란 생각에 황당한 느낌마저 들었다.
새로 꺼내 온 접시도 손님이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바꿔주는게 서비스의 기본이건만, 이미 한번 고기를 담았던 것을 “괜찮다”며 그대로 건네준다면 누가 이를 반길 것인가. 문제의 업주가 이같은 대접을 받았다면 가만히 있었을까?
이번 일은 식당에서 벌어진 것이지만 한인사회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서비스 정신의 실종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
일부 무책임한 한인 이삿짐 센터는 이사도중 물건이 파손되거나 분실돼도 보상은 커녕 ‘배째라’식 무관심으로 일관, 오히려 소비자만 골탕을 먹는 일은 한인사회에서 여전히 진행형이다.
“고객의 요구를 어떻게 일일이 다 들어주냐” “까다로운 미국식 규정에 일일이 맞추다 보면 장사 못한다”는 한 이삿짐 업체 관계자의 억지 반론은 한인사회의 서비스 정신이 어느 수준에 머물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면허 한인 건축업자들이 한인들을 상대로 계약을 맺은 뒤 공사비를 먼저 챙겨 잠적해 버리는 행위는 서비스 실종 차원을 넘어 ‘사기’다.
이같은 몰지각한 행동들은 한인 소비자들의 가슴에 불신을 키우는 일이고, 동종업계에서 열심히 일하는 대부분의 업소들에게도 심각한 해를 입히게 된다.
오죽 분통 터지는 일들이 많았으면 ‘삼류’란 말이 한인들 사이에서 오갈까. 물론 소비자들의 주장이 다 사실이라고 할 수 없고, 정말 억지 주장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 정신의 현주소에 대한 스스로의 자성이 필요한 것도 우리의 현실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갓 이민 온 한인이라면 “확실한 서비스를 원한다면 조금 더 비싸더라도 한인업소보다 미국인 업소를 찾는게 안전하다”는 주변의 조언을 들어봤을 것이다. 한인업소의 기반은 한인고객이다. 어떤 일이든 한인업소를 믿고 찾을 수 있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력이 필요하다.
한 순간에 스쳐 지나가도 소비자의 머리속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서비스는 말이 아닌 몸에서 자연스럽게 나와야 한다.
홍지은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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