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병이 일가족의 종말을 몰고 왔다. 지난 3일 새벽 한인타운에서 40대 부부와 13세 아들 등 세 식구가 모두 사체로 발견된 화재 참사는 방화를 겸한 동반자살로 밝혀졌다. 부인이 집에 불을 지른 후 간 질환으로 장기 투병 중이던 남편을 칼로 찌르고, 함께 죽었다고 경찰은 발표했다.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일이다.
이민생활은 아무 일이 없어도 고되다. 그래도 우리 모두 버티는 것은 앞날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덜컥 집안에 우환이 생기면 모든 것은 한 순간에 정지되고 만다. 세상을 떠난 이씨 가족도 가장의 10여년 투병생활로 앞이 안 보이는 암울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인 남편은 물론, 부인 역시 병 수발 때문에 직장 일을 할 수 없어서 수년째 정부 보조금에 의지해 생계를 유지했고, 수도 없이 병원을 들락거리며 가슴 조이는 생활을 해왔다. 다행히 지난해 말 남편이 간이식 수술을 받고 잠시 희망에 부풀었지만 회복이 순조롭지 않으면서 부부간 마찰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암담한 현실 앞에서 부인이 한 순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10여년 헌신적이던 부인이 왜 돌연 남편과 자신, 그리고 어린 아들의 장래까지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을까. 한인사회에도 투병 가족들이 많은데 이번 같은 비극이 두번 다시 있어서는 안되겠다. 이런 불행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첫째, 간호하는 가족의 정신력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무단히 버텨야 하는 데 쉬운 일이 아니다. 신앙에 의지하는 등 정신력을 굳건히 하는 노력을 스스로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비슷한 처지의 가족들과 모여 서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위로 받는 서포트 그룹을 형성하면 정신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
둘째, 환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세미나가 필요하다. 환자의 건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간병하는 가족들의 정신건강이다. 유관 단체들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했으면 한다. 셋째, 이웃의 관심이다. 투병생활이 장기화하면서 환자 가족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친지들의 무관심과 외면이다. 육체적,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사회적 고립까지 감수해야 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물질적 정성이 지친 이들에게는 버틸 힘이 된다. 우리 모두의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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