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부터 실시되고 있는 한국의 교육평가제가 당초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교육평가제는 교사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함으로써 경쟁력을 유도해서 학교를 발전시키려는 취지로 교육 인적 자원부가 도입한 제도이다.
교사들을 평가하는 사람은 동료 교사, 학생 그리고 학부모 세 그룹인데 문제는 이 셋이 보는 각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표본조사에 따르면 교사들로부터의 평가는 대부분 ‘우수’ 또는 ‘탁월’의 후한 점수를 받은 반면 학생들은 수업에 대해서 60%, 학부모는 학교생활에 대해 겨우 절반 수준의 만족도에 머무르고 있다. 가르치는 사람은 썩 잘 하는데 배우는 학생이나 그 부모들은 그저 그렇게 본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신과 가깝거나 잘 해주는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원칙대로 대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라지만 내 편에 서있는 사람들의 소리만 듣고 자신에 대한 평가의 전부라고 여기는 일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깨달아야 한다. 특히 중요한 자리와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이 점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
미주의 한인사회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지도 40여년. 그 지나온 세월을 말해주듯 많은 모임들이 생겨나서 동창회, 종교기관, 동호인회 등을 제외하고도 이런저런 단체가 족히 300~400여개를 헤아리고 있다. 한인업소록을 펴보면 몇 페이지에 걸쳐 수많은 단체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무엇을 하는지, 언제 설립되었는지, 정말 있기나 하는지 정체가 모호하거나 처음부터 회칙과 정관 따위가 필요 없는 회장 혼자만의 개인단체도 많다 .
그들은 한인사회를 위해 대단한 일이나 하는 양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그 내막을 살펴보면 자신들의 이익과 감투를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졌음을 간파할 수 있다. 그런 단체일수록 회장이나 임원들의 면면을 보면 설립부터 10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얼굴이 그 얼굴인 판박이들이다. 아무리 재능과 실력을 갖춘 사람이라도 한 자리를 오래 차지하고 있다 보면 자연 한계에 부딪히며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어 있다.
때를 맞춰 물러날 줄 아는 사람이 가장 유능한 사람이며 그 조직을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다. 자신만이 그 자리의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며, 건강하고 명랑한 한인사회를 저해하고 악화가 양화를 쫓아내는 것과 같이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한인사회가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발전하려면 먼저 주요 단체에 변화가 있어야 하며 그런 변화를 위해서는 그 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끊임없는 신구교체가 뒤따라야 한다. 새로운 변화는 세월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을 통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신진대사는 지속적인 생명을 가능케 하는 자연의 준엄한 법칙이다.
이번에 치르는 한인회장 선거에서도 누가 성공했나, 경제력이 있나, 일을 잘 하나를 보기보다는 누가 참신한 인물인가를 가려내야 하며 닳고닳은 사람, 깨끗하지 못한 사람,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만 퇴출시키는 일이 좋은 한인회장을 뽑는 것보다 중요할 것이다.
봄이 되었다. 겨울은 왜 있는 것일까? 불필요하고 낡은 것들에게 퇴장하는 기회를 주기 위한 신의 배려가 아닐까? 봄은 어째서 다시 찾아오는 것일까? 새로운 것, 더 좋은 것을 만들어내려는 자연의 자생력이 아닐까?
이제 한인 단체들도 새로운 바람과 물결을 일으켜야 할 때가 왔다. 새 봄과 더불어 낡은 허울을 벗고 새로운 움과 싹으로 다시 자라나야 한다. 각 단체들이 한인사회에서 명실상부하게 인정을 받으려면 지금과 같이 자기들끼리의 아전인수식 평가가 아니라 모든 한인 동포로부터 정정당당하게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조만연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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