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때문에 한인타운에서 사진을 찍을 경우가 자주 있다. 마켓 같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주로 찍게 된다.
이 때 한인들에게 사진 촬영에 응해줄 것을 부탁하면 십중팔구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겨우 섭외를 마치고 사진을 찍고 나면 이 번에는 이름을 알려주지 않 는다.
자신의 이름이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성’만 가르쳐 주고 이름은 끝내 말하지 않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유야 여러 가지지만 결국 신문에 나면 연락할 사람이 있다는 것이 가장 흔하다. 반가운 사람보다 자신이 LA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는 안 되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올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지난 주 한인타운의 한 샤핑몰을 취재할 때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됐다. 샤핑몰 내 비디오대여 업소를 찾은 기자는 업소 주인으로부터 “우리에게 기자는 경찰과 같다”는 명언(?)을 듣게 됐다.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말고 그만 나가 달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비디오 유통 경로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가 자신들에게는 범죄 수사를 하러 온 경찰과 같으니 더 이상 해 줄 얘기가 없다는 뜻이다. 한국 영화 비디오가 어떤 경로를 통해 이곳 미국까지 오는가와 같은 기본적인 유통 경로를 질문하는 기자가 경찰처 럼 보였다는 말은 떳떳하게 밝힐 수 없는 내용이 있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업소 주인은 자기 업소를 소개하는 기사를 쓰겠다는 기자가 경찰처럼 보였던 것이고 신문에 업소 이름이 등장하는 것조차 꺼려했다.
하지만 히스패닉이나 백인 등 타인종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면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 신문에 쓸 거라고 말하면 기꺼이 포즈를 취해준다. 어떤 신문에서 일하는지조차 묻지 않는 경우도 많다.
물론 언론을 대하는 한인과 타인종의 태도를 비교해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좋거나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기자를 보면 무서워하면서 언론에 자신이 공개돼서는 안 된다고 하는 태도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민 온 사람들 가운데 사연 없는 이는 없겠지만 언론을 회피하는 다수 한인들의 태도는 도를 넘어선 것처럼 보인다.
정대용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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