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제퍼’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캐딜락과 링컨은 미국의 양대 럭서리 자동차 브랜드다. 이들은 또한 서로 한치의 양보없이 치고받는 치열한 경쟁을 펼쳐온 라이벌 관계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BMW와 렉서스 등 외국 럭서리 브랜드들의 맹렬한 침투로 젊은 소비자들에게 외면 당하는 고난도 함께 겪었다. 지난 2000년까지만해도 캐딜락과 링컨은 막상막하로 서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당시 링컨은 SUV를 포함, 19만3,009대의 자동차를 판매했고 캐딜락은 18만9,154대를 판매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5년 후. 지난해부터 이들 브랜드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캐딜락이 23만5,002대를 판매하는 동안 링컨은 이에 절반 수준인 12만3,207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라이벌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캐딜락이 링컨을 크게 압도하기 시작했다. 과연 이들의 오랜 라이벌전은 이렇게 끝나는가. 꿈틀거리고 있는 양 진영의 동태를 살펴가며 캐딜락과 링컨의 미래를 전망해 본다.
렉서스·BMW 등 약진에 위상 추락
링컨-모델 이름 바꾸는 등 변신 총력
캐딜락-잘나갔던 모델들 재탄생 노력
‘링컨이 움직이고 있다’
링컨은 최근 출시되는 자체 모델들의 이름을 바꾸고 있다.
2007년형 제퍼(Zephyr)는 원래의 MKZ(Mark-Z)를 개명한 것이고 신형 SUV MKX(또는 Mark-X)는 원래 에비에이터(Aviator)를 개명한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모델 개명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흔히 일어나는 일도 아니며 쉽게 단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서 링컨의 ‘변신’을 위한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링컨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유의 캐릭터를 버리고 새로운 도전에 뛰어든 것이다.
링컨은 모델들의 개명작업 뿐 아니라 생산라인의 총괄적인 재정비를 실시했다. 고집 센 디자이너와 생산 기획자들의 미신 같은 본능에 투자하는 대신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시도는 놀라웠고 신선했다. 그러나 링컨 내부에서는 실익도 없는 수입차 선호 구매자들에 끌려 다닌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과연 이러한 링컨의 노력이 전통적인 구매층인 ‘아메리칸 럭서리’(미국산 럭서리차)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링컨’을 재정립시키는 계기로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캐딜락 ‘번개는 두 번 치는가?’
캐딜락은 모기업인 GM으로부터 40억달러의 신차 개발 비용을 지원받았다. 그 돈을 고스란히 CTS, STS, 에스컬레이드 등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스타일의 캐딜락 탄생에 쏟아부었다.
세련된 스타일의 각진 외관과 간결한 인테리어로 무장한 신 모델들은 기존의 캐딜락과는 확연히 구분됐다. 시장은 그 독특함에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났다.
도시거주 고소득층의 소비심리에도 불을 붙였다. 5만7,280달러 스티커 가격에 옵션으로 2,000달러짜리 크롬휠을 단 검정색 에스컬레이드가 고소득층의 필수 구입품목이 된 것이다.
지난 1998년 GMC 디날리(Denali)를 개조해 만든 이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30만대 가까이 판매됐다.
지난달 2007년형 뉴 에스컬레이드 일반형을 선보인 데 이어 이달에는 장축형 모델 생산에 돌입하고 오는 5월에는 SUT(SUV와 트럭의 결합)형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캐딜락에게도 고민은 있다. 성공에서 또 다른 성공으로 이어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에스컬레이드처럼 한바탕 유행을 창출했던 모델을 다시 탄생시켜야 하는 것이 숙제다.
더군다나 개솔린 가격 상승으로 가라앉은 대형 SUV 판매와 에스컬레이드의 톡톡한 홍보효과를 제공했던 랩 아티스트들과 스타 고객층의 이탈을 막아야 하는 난제도 있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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