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인의 교포가 억울하다며 ‘강석희 어바인 부시장’과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해 왔다.
한국에서 어바인으로 온지 몇달 안된 사람이었다. 잠깐 사정을 들어보니 강 의원도 어찌해 줄 수 없는 문제였다.
어바인에 오자마자 타운하우스를 샀다. 취향에 맞게 내부를 고치기 시작했다. 주택소유주협회의 허가를 받아야함은 생각도 못 했다.
뒤늦게 그 규칙대로 하려니 공사는 계속 지연됐고 비용은 1만달러나 더 들어가게 됐다. 여러 가지로 속이 상한데 이번에는 어바인시에서 벌금이 날아왔다. 시청에 사정을 호소하는 동안 벌금은 또 배로 뛰어올랐다.
작은 공사라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이민 연륜이 오래된 한인들에게는 상식인 법을 한국에서 곧바로 어바인으로 날아와 정착한 그 교포는 몰랐던 것이다. 또 ‘한인이 부시장이라는 높은 자리에 있다니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을 것이다.
어바인은 이제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두 명의 한인 시의원 탄생’ 뉴스가 본국지에 대서특필되면서 교육 도시 외의 또 다른 명성을 얻었다.
미국 내 타지역에서 어바인으로 이주하는 한인들도 많지만 한국에서 직접 어바인으로 오는 한인들, 특히 남편과 떨어져 자녀를 데리고 오는 주부들이 어바인에 많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에 나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 한 명도 은퇴하면 무조건 어바인으로 오겠다고 한다.
미국에 와 본 적이 없는데 어바인을 친숙한 동네 이름같이 부른다. 어째서 어바인이냐는 물음에 ‘남은 생은 여행하며 살 생각인데 그러려면 영어를 제대로 해야 하고 어바인이 교육도시로 유명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대부분의 구세대 이민자들은 단돈 몇 푼 들고 건너와 한인 커뮤니티를 거쳐 고생고생 직·간접 체험으로 미국을 배우고 돈 벌어 교외로 나갔다. 지금은 많은 이민, 체류자들이 큰돈을 들고 와 미국생활 체험 없이 처음부터 좋은 동네에 자리잡는다.
예전에는 신문에서도 계몽성, 가이드성 이민생활 정보를 많이 취급했으나 한인들의 이민 연륜이 깊어지면서 더 이상 취급하지 않게 되었다.
이민생활의 a,b,c기사를 쓰면 오히려 교포들을 우습게 본다고 야단맞을 지 모를 정도로 한인들의 미국생활, 상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규 이민자들은 여전히 많아도 그들을 위한 미국생활 기초상식 제공은 이제 사각지대가 되었다.
어바인에 한인 시의원이 두 명 탄생한 후 어바인 상공회의소도 출범했다. 여러 가지 좋은 사업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직접 유입되는 한인들을 돕는 일에는 생각이 못 미친 것 같다.
어바인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한국도시와의 자매결연 문제에 신경 쓰는 것보다 미국생활에 익숙지 않은 현지 한인들의 적응을 돕는 일, 자녀를 위해 홀로 있는 엄마들의 여가활용 방법, 타지에서 어바인 이주를 고려중인 한인들을 위한 정보 안내 등이 실질적이고 시급한 일이라 생각된다.
김현숙 OC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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