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과 개성
유행을 적당히 따라가야 시대감각을 갖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다.
작년 2월 크리스토(Christo)의 ‘게이트’가 끝난 직후 열렸던 뉴욕의 유명한 현대미술 박람회인 ‘아모리(Armory)쇼’가 전례 없이 시장바닥처럼 붐볐던 기억이 난다. 설치미술작품인 ‘게이트’가 센트럴 파크 전체에 주홍색 깃발을 휘날리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만큼 평소에 아트(Art)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 아트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환기시켜준 때문이 아닌가 했다. 올해 아모리 쇼’ 역시도 활발한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160여개의 화랑이 참석해 어떻게 하면 남다른 기상천외한 작품으로 세상을 놀라게 해주는 듯한 수 만개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중에 유독 같은 화가의 작품이 여러 화랑에 걸려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아니, 아트에도 유행이 있나?’ 순수미술의 대중성에 왠지 회의적인 느낌이 드
는 반면에 또한 은근히 그 화가의 그림이 괜히 더 좋게 보이는 ! 것이었다.
누가, 어디서부터 시작한 건지... 무슨 근거로 시작된 건지 전혀 알 수 없이, 어느 날 같은 스타일이 자주 눈에 띈 것을 알게 되고 ‘아, 요새 저것이 유행이 구나’하게 된다. 모두들 지퍼와 끈이 주렁주렁 달린 요란한 스타일의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데, 빤빤하고 납작하고 단정한 스타
일의 핸드백을 들고 있는 사람을 보면 개성이 있다 하기보다는 시대에 안 맞는구나하게 되고, 반면에 당장 쇼 윈도우에서 들고 나온듯한 최신 유행의 가방을 들고 있는 사람을 보면 ‘그저 유행이라면...’하게 된다.
젊었을 때에는 남들처럼 똑 같이 하고 다니기가 왠지 자존심 상하는 것 같아서 공연히 유행을 멀리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판탈롱 바지와 몸에 딱 붙는 줄무늬 와이셔츠, 집시 스커트 등 히피스타일의 옷을 히피도 아니면서 안 입을 수가 없었다.
유행을 대하는 내 자신의 태도가 참 아이러니하다. 유행을 따라 하기를 싫어하면서도, 무심코 그저 들쳐보다가 가게 주인이 ‘그게 요새 유행하는 거예요.’하면 그럼 하나 살까 하는 맘이 생기기도 하니 말이다. 쫓아가기도 싫고 뒤떨어지기도 싫으니 어떻게 유행과 개성을 병행하느냐가 문제이다. 적당히...라고 해도 얼마만큼을 ‘적당히’라 할 수 있단 말인가?
이상적인 것은 ‘유행’을 자신의 스타일에 맞추는 것일 것이다. 머리끝서부터 발끝까지 유행을 따르는 것보다는 한 두가지 정도만 포인트를 준다든가, 유행하는 디자인에 자기가 좋아하는 독특한 색을 고집한다든가...시대감각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창의적인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잡지나 TV를 보면서 늘 새로운 색상과 새로운 패션에 관심을 갖고 늘 유행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몰라서 못하는 것과 알면서도 안하는 것과는 천지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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