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3일 비전아트홀(구 정동아트홀). 극단 LA가 연극 ‘불의 가면’을 무대에 올렸다. 한인타운에서 열린 1년 반만의 연극이다.
시작이 미약하였다. 200석의 의자는 채 절반도 채워지지 않았다. 초대받은 손님과 축하해주러 오는 친지들만으로도 객석이 가득 채워지는 한국의 연극판과는 너무나 달랐다. LA타운에서 순수예술이 설자리는 좁기만 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했다.
공연 끝난 뒤에 배우들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았다. “너무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배우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직장을 다니며 생계를 유지하고 일이 끝나서야 연극인으로서 살 수 있기에 이들의 연극은 처음부터 차라리 무모했다. 그리고 약속된 한 달이 지난 마지막날 26일, 놀랍게도 객석은 가득 메워졌다. 빈 의자가 없었을 뿐 아니라 무대와 객석 사이에도 객석의 통로에도 관객들이 가득 앉을 정도였다. 두 의자에 세 명씩 끼어 앉고 서로가 내는 열기로 공연장이 무더웠지만 꿈을 꾸듯 모두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했다.
연출자 김유연 씨는 “뭔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불의 가면은 그야말로 타운의 따뜻한 정성으로 만들어졌다. 항상 돈이 부족한 순수예술, 수고한다고 물 한 통 박카스 한 박스를 가져다주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는 말이다.
17∼19일은 WBC야구에 LA마라톤이 있어 사실상 ‘개점휴업’을 예상했다. 하지만 오히려 관객의 수가 점점 늘었다. 마라톤으로 타운 곳곳이 정체된 19일의 경우 “막혀서 극장에 못 가고 있다. 제발 조금만 기다려달라”란 전화들 때문에 배우는 관객을 기다렸다. 배우와 관객이 같이 만드는 진정한 연극이었다.
이제 조명은 꺼졌고 배우들은 현실로 돌아왔다. 끝은 창대했지만 현실은 다시 냉혹하다. 언제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지 모른다. 김유연 연출가는 “1년에 두 편만이라도 연극을 무대에 올렸으면 좋겠다. 그러나 현실상 불가능하다. 이번 연극도 배우들이 자신의 직장에 많은 양해를 얻어 가능했다. 만약 또 한다면 다들 직장에서 짤릴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또 다른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다른 극단이 문을 열고 불쑥 새로운 작품을 내놓지 않는 한 우리 연극 감상의 기회는 한동안 없다. 배우들은 연극배우 오현경 씨로부터 연극에 대한 강의를 듣는다. 체력훈련과 발성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들이 가진 열정과 흘리는 굵은 땀방울, 우리가 이들을 잊지 말아야할 이유다.
박동준
특집 1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