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유미 변호사
미국은 다인종 다민족 국가이다. 전세계에서 몰려온 이민자들로 인종적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특히 뉴욕과 같은 대도시는 이같은 현상이 눈에 두드러진다. 우리는 흔히 특정 인종이나 민족에 대해 어떤 선입관을 가지고 있다. 어느 민족은 게으르고 더럽다, 어떤 민족은 시끄럽고 놀기만 잘 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런 선입관이 편견으로 바뀌어 인종이나 민족에 근거해 상대를 멸시하거나 비하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과 비즈니스 거래를 오래 하다 보니 나 역시 특정 민족과 관련된 어떤 선입관을 가지게 된다. 100%는 아니지만 많은 경우 미리 예상했던 결과가 비슷하게 나타나니 재미있는 느낌이다.
C 민족의 경우다. 비즈니스이던 부동산이던 최후의 클로징 테이블에서 갑자기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이들이 구매자, 즉 바이어일 때는 반 이상 그런 일이 생긴다. 클로징 전에 지적하고 서로 의논했다면 별 무리없이 해결할 건을 꼭 클로징 테이블에서 ‘돈’을 건네주기 전에 트집을 잡
고 난리를 친다.
처음에는 우연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십수년간 유사한 일이 끊임없이 생기는 것을 경험한 후에는 이제는 거의 문제 생길 것을 각오하고 테이블에 앉는다. 심각한 문제들도 아니다. 예를 들자. 집 정원에 있는 조그만 분수가 허가를 받았는가, 부엌 개스 레인지중 한 개가 점화가 안된다, 문고리 몇 개가 제대로 작동 안한다, 지하실에 있는 여분의 냉장고가 제대로 작동을 안하는 것 같다, 전기 플러그 한두개가 못쓴다, 담장의 일부가 심하
게 휘어있다는 등등... 사실 전혀 문제가 될 것도 아닌 사항을 가지고 ‘생트집’이다.
과거에는 이런 문제가 생기면 우선 나 자신부터도 화가 났다. 왜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트집을 잡느냐고 심하게 따지기도 했다. 그러나 십수년의 ‘내공’이 쌓인 지금은 안 그런다. 왜냐하면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쉬운 해결책도 알고 있다. 내 고객에게 권한다. “두눈 딱 감고 1-200달러만 깎아주세요. 공연히 언성 높이고 혈압 높이고 시간낭비하며 싸우느니 이것이 쉬운 해결책입니다” 단돈 몇 백달러라도 깎아주겠다고 하면, 조금전까지 고함지르고 난리치던 상대방들이 열에 아홉은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금방 ‘착한 사람’들로 변신한다. 그들은 마지막 “에누리”를 너무 좋아하는 민족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한인들은 이런 경우 웃으며 쉽게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것도 민족성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가끔, 열 명에 한명 정도는 “죽어도 안된다. 왜 나만 손해를 보느냐.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 난 못한다. 변호사가 책임져라”고 펄펄 뛴다. 솔직히 답답할 경우이다. 그렇다고 수십만 달러 혹은 수백만달러짜리 부동산의 매각을 포기 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결국은 서로 타협하고 조정해야만 된다. 이제와서 다른 바이어를 찾아 수개월 기다린 후 클로징을 할 수는 없다.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종종은 조금은 손해본다는 기분으로 세상을 살면, 세상살이가 더 쉬울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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