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판한(擔板漢)이라는 말이 있다. 널을 메고 가는 사나이라는 말인데 이 사나이는 한쪽밖에 볼 수 없으므로 사물의 일면만 아는 사람을 일컫는다.
우리가 사물을 본다고 할 때 흔히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실체적 진실을 보지 못한 채 겉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는 예가 너무나 많다.
한자에 ‘본다’는 의미로 견(見)과 관(觀)이 있다. 견은 평면적인 시각, 육안으로 보는 것이고, 관은 입체적인 시각, 심안(心眼)으로 보는 것이다.
엊그제 평통위원을 주축으로 남북 나눔 공동체라는 이름의 단체가 결성되었다는 기사를 읽고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이 단체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궁극적으로 한반도에 전쟁을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고 보도되었다. 이러한 입장은 현재의 노무현 정권의 대북 정책을 정확하게 대변해 주고 있다.
명분은 그럴 듯하다.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을 돕는다는 데 누가 반대할 것인가. 그러나 생각해 보라. 북한 주민이 굶주리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북한 정권은 한국을 비롯 중국, 미국 등 국제사회와 유엔의 세계식량회의(WFC) 등에서 지원한 식량만으로도 충분히 주민들이 굶주리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식량을 공평하게 분배하지 않고 체제 유지의 핵심근간이라 할 수 있는 군부와 특권층에 우선적으로 빼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WFC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투명성 확보를 위해 식량이 배포되는 북한 전역에 감시직원들을 파견했으나 북한 당국이 이를 거부하여 모든 직원들이 북한에서 철수한 바 있다. 요컨대 북한 기근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북한 체제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은 이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전쟁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김대중 정권 이래 지금까지 일방적 퍼주기 식의 대북 유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햇볕정책 이후 8년,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이 얼마나 개선되었는가?
산 속에서 산을 제대로 볼 수 없고 산을 내려와야 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듯이 고국을 떠나 해외에 살고 있는 동포들은 남과 북을 편견 없이 객관적인 시각에서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주 동포들은 본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견인하는 데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북한 인민들은 기아와 질병 그리고 잔혹한 전체주의의 압제로 말미암아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굶주리는 북한 인민들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북한 인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조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분배에 대한 투명성 확보 요구와 더불어 반드시 인권개선 요구가 연계되어 이루어져야 한다.
적어도 미주 동포들만이라도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어 북한인권에 대해 외면하지 말고 남북한 정권에 대해 지속적 비판과 압력을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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