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퍼스의 샘 카셀(왼쪽)과 엘튼 브랜드가 16일 시애틀 수퍼소닉스와의 경기를 벤치에서 지켜보고 있다. 클리퍼스는 이 경기에서 16점차로 완패해 6번시드 확보에 1패앞으로 다가섰다.
클리퍼스, 오늘 그리즐리스와 얄궂은 한판승부
이기면 막강한 매브릭스, 지면 만만한 너기츠와 PO서 만나
NBA 코트에서 양팀 모두 ‘지고 싶은’ 경기가 벌어진다. 18일 멤피스에서 벌어지는 LA 클리퍼스 대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대결이 바로 그것. 이 경기는 얄궂게도 양팀에게 모두 ‘지는 게 더 좋은’ 승부다. 승부의 세계에서 ‘일부러 져주기’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 있다.
정규시즌을 2게임씩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클리퍼스(46승34패)와 그리즐리스(47승33패)는 이미 플레이오프 티켓을 확보한 채 1게임차로 서부컨퍼런스 6번과 5번시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18일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차이. 따라서 이 시점에서 펼쳐지는 양팀간의 맞대결은 정상이라면 조금이라도 좋은 시드를 얻기 위해 서로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이 경기에서 진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훨씬 만만한 상대를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서부컨퍼런스 순위를 보면 6번시드를 받는 팀은 플레이오프에서 3번시드인 덴버 너기츠와 만나고 5번시드팀은 4번시드인 달라스 매브릭스와 격돌한다. 3번시드라지만 너기츠(44승36패)의 성적은 클리퍼스나 그리즐리스보다도 더 나쁜 반면 4번시드 매브릭스(60승21패)는 샌안토니오 스퍼스(61승19패)에 이어 서부컨퍼런스 승률 2위인 강력한 우승후보다. 너기츠와 매브릭스 가운데 상대를 고르라면 당연히 너기츠를 택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클리퍼스나 그리즐리스는 모두 너기츠보다 승률에서 앞서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경우 승리에 절대적인 홈코트 어드밴티지까지 차지하게 된다.
이런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은 NBA가 3개 디비전 우승팀을 무조건 1, 2, 3번시드로 배정하기 때문에 일어났다. 매브릭스는 탑시드 스퍼스와 같은 디비전에 속해있기 때문에 최고로 얻을 수 있는 시드가 4번에 불과하다. 반면 너기츠가 속한 노스웨스트 디비전은 나머지 팀들이 하나같이 약체들이라 너기츠는 사실상 컨퍼런스 7위에 해당되는 성적을 가지고 디비전 우승팀이라는 프리미엄으로 3번시드를 받게 된 것이다.
문제는 클리퍼스나 그리즐리스 모두 ‘반드시 져야하는’ 경기가 과연 어떻게 진행될 까 하는 점이다. 한 팀만이 지기를 원한다면 문제가 간단하겠지만 서로 지겠다고 덤빈다면 경기가 추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 더구나 프로의 세계에서 일부러 지려고 시도한다면 이는 중대한 도덕적, 윤리적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크다. 이 때문에 양쪽은 모두 겉으로는 일부러 지는 경기를 할 생각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클리퍼스의 센터 크리스 케이만은 “일부러 지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우리들의 자부심이 허락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그리즐리스의 셰인 베티에도 “농구의 신을 상대로 까불다가는 나중에 혼나게 될 것”이라며 “선수 중 누구도 지기 위해 노력중이라는 생각은 전혀 없고 코트에 나설 때마다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는 것이 이기는 것보다 절대 유리한 상황에서 이런 원칙론이 얼마나 지켜질 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이 경기는 18일 오후 5시(LA시간)부터 벌어지며 채널 5로 중계된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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