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 감동은 피아노 선율을 타고~
[엔짱]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
철없는 선생의 ‘작은 호로비츠’ 키우기
“베토벤 ‘황제’쯤은 눈 감고도 연주해요.”
피아니스트로 변신한 엄정화의 자랑이 대단하다. 적어도 영화 촬영을 마치기까지 곁에 피아노를 끼고 살고 싶었다는 얘기가 과장이 아닌 듯 했다. 엄정화는 자비로 피아노를 장만해 집에 들였고, 피아니스트를 섭외해 매일같이 레슨을 받았다.
“연주 장면에서 손가락은 대역을 쓰기로 했는데 기분이 안 사는 거에요. 스태프들조차 공감이 가지 않는 분위기가 될텐데 용납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뭐… ‘외워서라도 쳐보자’하고 달려들었죠.”
엄정화의 실제 피아노 실력은 피아노 입문 교본인 바이엘을 연주하는 수준이다. 영화에서는 마치 실제 피아니스트인 ?ㅓ낮?현란한 손놀림으로 장중한 명곡들을 연주해냈다.
엄정화가 일곱번째 영화로 선택한 ‘호로비츠를 위하여’(감독 권형진ㆍ제작 싸이더스FNH)는 이색적으로 시도되는 음악에 관한 영화다. 제목의 ‘호로비츠’는 20세기 러시아 출신의 천재 피아니스트의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성(姓)에서 따왔다.
영화의 호로비츠는 못다 이룬 영화 속 주인공인 지수의 간절한 꿈이자 진정한 사랑의 실천을 의미하는 단어다. 지수는 어느 날 나타난 음악신동 경민을 통해 잠시 접었던 꿈을 다시 펼치기로 마음먹는다.
자신이 아닌 선생님으로, 마치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처럼. 엄정화는 “누구를 가르치는게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더라고요. 국영수 과목도 아닌 음악 같은 예능을 가르치는게 쉽지 않았어요. 선생님 재능도 따로 주어지는 것 같아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엄정화의 표현에 따르면 지수는 자신이 아니어도 다른 여배우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역할이란다.
엄정화는 지수에게서 아이와 빚어지는 갈등과 화해를 끌어내보고 싶었다. 사람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엄정화는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한 지수의 갈등과 갈망의 욕심이 점차 사랑으로 바뀌는 과정을 공감대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한장면
“지수는 가족의 희생이 당연하다고 여길만큼 매우 이기적인 사람이에요. 생판 모르던 경민이를 통해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사람으로 변해가게 되요. 그런데 지수의 마음으로 살았더니 나중엔 진짜로 경민이만 생각하고 아파했어요.”
엄정화는 오는 27일 데뷔 이래 처음으로 전체관람가 등급의 영화로 극장가에 나선다. 그만큼 그녀의 영화 속 캐릭터가 녹록치 않았다는 방증인 셈이다. 가정의 달 5월에 어울리는 영화같다. 엄정화는 온 가족이 함께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엄정화는 “이 영화로 아이들은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어른들에게는 잊고 지낸 과거의 꿈을 회상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어요. 그래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시선이 깊어질 수 있도록요”라며 자못 비장한 태도를 보였다.
본의 아니게 교육자가 된 엄정화의 다음 행보는 어디일까. 같은 장르의 출연은 되도록 피한다는 엄정화는 눈을 살짝 감고 입을 동그랗게 오므린다.
“차기작은 죽을만큼 섹~시한 역을 해보고 싶어요. 너무 관능적인, 그거 팜프파탈!”
이현아 기자 lalala@sportshankook.co.kr
ㆍ사진=김지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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