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 해결 실마리 곳곳에 숨겨둬
해법관련 웹사이트에 책까지 나와
ABC 방송의 인기 드라마 ‘로스트’가 숱한 화제를 뿌리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한인 배우 김윤진과 데니 김이 공연하는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은 팬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여러 겹의 미스터리 구조와 극 전반에 복잡하게 깔린 복선들.
로스트의 열혈 팬들은 두 번째 시즌의 종반에 접어든 이 드라마를 빠짐없이 시청하는데 그치지 않고 제작진이 곳곳에 뿌려둔 미스터리의 단서를 잡아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켠다.
이처럼 단서 찾기에 매달리느라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데 들어가는 것보다 더 긴 시간을 허비하는 이른바 ‘로스트 폐인’들이 한두 명이 아니지만 다각도에서 이 TV극의 의미를 분석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덤비는 박사학위 소지자들 또한 적지 않다.
로스트의 배경상황은 호주의 시드니를 출발해 LA로 향하던 여객기가 두 동강이 난 채 열대 지역의 섬에 추락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여객기가 추락한지 한 달이 지나도록 구조대는 오지 않고, 저마다 복잡한 사연과 비밀을 지닌 생존자들은 미스터리로 가득 찬 알 수 없는 섬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에 연이어 노출된다.
매회 새로움을 더해 가는 이 드라마의 재미는 앞서 말했듯 작가들이 쳐 놓은 복선과 단서를 찾아내 시청자들 스스로 여객기 추락사건과 섬에 얽힌 의문점들을 풀어 가는 것인데 이게 그리 간단치 않다. 로스트의 열혈 팬을 자처하는 조이스 밀먼은 “작가들이 과학, 성경, 대중문화, 문학, 역사, 철학 등 방대한 자료들을 토대로 각본을 쓰고 있다”며 로스트의 각본은 시청자들의 드라마 분석을 유도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듯 하다고 지적했다.
J.J. 애브람스와 함께 로스트를 만들어낸 대먼 린데로프와 수석프로듀서인 칼튼 큐스는 “극 전개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이 너무 많아 한두 가지 설명만으론 전체 미스터리를 풀어낼 수 없다”며 “우리들이 숨겨둔 단서들만 해도 이미 소화하기 벅찰 정도로 엄청난 양에 달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팬들의 분석도 갖가지다. “섬에 잠복해 있는 비밀조직의 인간 심리실험을 다룬 것”이라는 지적에서부터 “4, 8, 15, 16, 23과 42를 반복해 108분 간격으로 컴퓨터에 입력해야 하는 비밀조직 지하시설 작동장치의 숫자 배열에 모종의 비밀이 숨어 있다”는 주장과 “추락시 여객기 계기판이 멈추고, 섬에서 나침반이 움직이지 않는다든지 한 생존자의 짐 가방에 미래의 시간이 찍힌 것 등으로 보아 시공이동 현상을 가상한 것”이라는 추론도 있다.
그런가하면 일부는 “생존자들 가운데 한 사람의 상상을 그린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전에도 한 자폐아 소년의 상상으로 결말이 나는 드라마가 있었다는 것.
로스트의 두 번째 시즌 편당 평균 시청자 수는 1,530만명으로 황금시간대에 방영되는 TV쇼들 가운데 15위를 마크하고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참여 열기는 현재 최고 시청률을 기록중인 폭스 TV의 신인가수 선발대회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을 웃돈다.
로스트에 대적할 만한 TV드라마로 ‘트윈 픽스’ ‘X-파일’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Buffy the Vampire Slayer) 등이 꼽히지만 이는 단순 시청률을 기준으로 한 비교일 뿐 인터넷을 통한 장외반응의 열기 면에선 도저히 로스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인터넷은 로스트의 열도를 유지해 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극성팬들이 자주 애용하는 로스트 관련 웹만 해도 UC어바인 로스트연구협회의 사이트(www. loststudies.com)를 비롯, 4개에 달한다. 미국은 지금 로스트 열기에 사로잡혀 있다.
<이강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