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현실과 환상 넘나드는 재미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써 낸 무라카미 하루키가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이후 5년만에 펴낸 단편집이다.
하루키의 소설은 장편도 좋지만, 단편소설이 더 좋다는 독자도 적지 않다. 그의 단편문학은 언어와 이미지가 치밀하게 응축되어 있고,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여백이 있고, 독자로 하여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립고 절실한 깊은 맛을 느끼게 하는데, 이 책 ‘도쿄 기담집’도 그러한 하루키 단편의 특색이 잘 드러난다.
이 책에는 ‘우연한 여행자’ ‘하나레이 만’ ‘어디에서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서’ ‘날마다 이동하는 신장처럼 생긴 돌’ ‘시나가와 원숭이’ 등 제목부터 특이한 기담(奇譚) 다섯 편이 수록되어 있다. 누구도 원치 않지만, 마음속에 작은 지옥을 안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 이상야릇하고 기묘한 일들이 절묘하게 그려져 있다.
대도시 어딘가에 조용히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느 날 벌어진 일들, 우연의 일치로 누나의 큰 병을 알게 되는 조율사, 이름을 훔쳐가는 말하는 원숭이가 등장하고, 상어에게 물려죽은 아들의 혼령이 어머니 주변을 떠돌기도 하며, 계단과 계단 사이에서 실종된 남편을 찾는 아내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주인공들의 불가사의한 체험담은, 바로 우리 주위에서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는 또한 누구나 안고 있음직한 마음속의 작은 지옥을 사실적으로 비추어준다.
이 작품집의 단편들은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자유로이 넘나들고 있다. 하루키는 마치 처음부터 현실과 환상의 경계란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 경계를 초월해, 마치 우리 일상에서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재미와 깊은 감동과 잔잔한 여운을 주는 하루키의 소설은 마치 할머니의 무릎 곁에서, 들은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도 싫증나지 않던 것처럼 마법과도 같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도쿄 기담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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