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아드보카트 감독과의 인터뷰는 은근히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어눌한 영어지만 강한 자신감이 묻어나오고, 언제나 위트 넘치는 유머를 잃지 않는 그와의 인터뷰는 언제나 유쾌하다. 질문에 명쾌하게 모범답안을 내놓으면서도 마지막에 여유 있는 유머로 마무리하는 그는 매력적인 대화상대다. 특히 난처한 질문에 답하는 방식은 아드보카트식 유머의 효과를 극대화 시킨다. 14일 대표팀 소집 이후 아드보카트 감독의 입에서 나온 대표적인 유머와 그 배경을 엮어봤다.
▲“날아가는 새와 아름다운 아가씨를 봤다.”
파주 NFC에서의 훈련 4일째, 전술훈련과 체력훈련을 병행하며 선수들을 조련하던 그가 오전에 수석 코치인 핌 베어벡 코치와 함께 산책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아드보카트는 심도 있는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기자들의 예측에 허를 찌르듯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감독이지만 나도 때로는 쉬고 싶다며 보통 남자와 다를 것이 없다는 메시지였다.
▲“그럼 기자들과 한판 붙어보자”
세네갈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네갈이 주전이 3명이나 빠진 1.5군이라 평가전 상대로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있다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아드보카트 감독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기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은 팀은 제쳐두고 국가대표 평가전을 치러 보자는 말로 응수했다. 상대가 어떻든 중요한 것은 우리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조크였다.
▲“그건 히딩크에게 물어봐라”
이영표, 김남일 등 태극전사들과 히딩크 호주국가대표 감독이 한국의 특색 있는 축구를 구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며 이에 대해 아드보카트 감독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그럼 그렇게 잘 아는 히딩크에게 직접 물어보라는 뼈 있는 농담을 날렸다. 자신만의 축구스타일이 있다는 강한 자존심이 묻어나는 한 마디였다.
▲“얼마 준다던가?”
러시아 제니트와 사전 계약을 했다는 보도에 대해 “아직 결정된 적이 아무것도 없다”고 대답하는 순간. 구체적인 계약금까지 나왔다는 질문이 이어지자 자신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이 같이 되물었다. 앞서가지 말아 달라는 무언의 부탁이었다.
▲“옛 애인을 만나러 왔다.”
1차 베이스캠프인 스코틀랜드에 도착한 후 현지 기후 사정이 예상보다 좋지 않자 전지훈련 장소가 문제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자 아드보카트 감독은 옛 애인을 만나러 왔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곳이니 지나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였다.
▲“그러게 내가 그렇게 챙기라고 했지 않았나”
스코틀랜드에서 비가 부슬부슬내리는 데다 바람이 많이 불어 기자단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자 안스러운 듯 건넨 말. 아드보카트 감독은 22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비옷을 준비를 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듣질 않았으니 고생은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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