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과 7일 LA 챔버 오케스트라와 UCLA 라이브가 주최한 챔버 뮤직 마라톤에 갔다. 초청연주자들의 프로필이 화려하고 티켓도 12달러로 저렴해 만석이면 어쩌나 걱정하며 UCLA 로이스 홀로 향했다. 막상 도착해 보니 괜한 우려였다. 객석은 절반도 차지 않았다. 여타 클래식 음악회와 다를 바 없이 은발의 노년층이 객석을 지키고 있었다. 가뭄에 콩 나듯 젊은 층이 눈에 띄었지만 오래 버티고 앉아 있는 이들은 보기 힘들었다.
하루 10시간씩 이틀에 걸친 클래식 향연이다 보니 90분마다 20∼30분의 휴식이 주어졌다. 신기한 건 음악 ‘오래’ 듣기는 연령과 체력이 상관없다는 것. 휴식시간마다 들락날락해도 두 시간쯤 지나면서 주리가 틀리기 시작했는데, 앞줄에 앉아 연주가 끝날 때마다 ‘브라보’를 외치는 은발의 노부부들은 지칠 줄을 몰랐다.
LA의 클래식 음악회에 가보면 객석을 채우는 연령층이 노년이다. 오페라 공연은 더하다. 세대가 바뀌면 그 객석을 누가 채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10대부터 30·40대까지 몰려드는 팝 콘서트와는 다른 현상이다. 원래 오페라는 귀족예술의 성향을 띠고 사치스러운 예술로 취급되긴 했지만, 요즘 세상에 오페라 애호가라고 사치스런 문화생활을 향유한다고 할 순 없다. 이미 유명 팝가수의 콘서트가 오페라 공연보다 티켓 가격이 비싸진지 오래다.
고급 문화라는 클래식 음악회나 오페라 객석에서 젊은 층을 찾기 힘든 건 왜일까. 영화나 드라마 삽입곡으로 접하는 클래식은 쉽게 친해지는데, 클래식 음악회와 친해지려면 시간이 걸린다. 객석에 앉아 꾸벅꾸벅 졸지 않으려면 예습도 필요하다. 클래식 음악단체들이 ‘찾아가는 음악회’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실시하면서 클래식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것도 클래식 인구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다.
이에 반해 대중문화는 다르다. 대중문화를 설명할 때 흔히 언급되는 장정일 시인의 ‘꽃의 패러디’(김춘수의 꽃을 패러디한 시)처럼 라디오 버튼하나만 누르는 노력으로 즐길 수 있는 게 대중문화다. 팝 콘서트를 즐기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는 없다. 그냥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그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대중문화의 한계이기도 하다. 세상을 늘 즐기면서 살수만은 없음을 깨닫는 순간, 대중문화에 열광하던 이들도 허기를 느끼며 또 다른 문화를 찾아 지적 허영심을 채우려고 애쓴다.
경제적 풍요와 의식수준 향상은 문화적 수요와 기대를 다양화·고급화시킨다. 문화예술 향유층도 특수계층 독점에서 점차 일반화·교양화되는 추세이다.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차별이 점차 의미가 없어지고 있지만,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즐기기는 분명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하은선 특집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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