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글렌데일 북쪽 동네에서 살다가 6년전 지금 살고 있는 풀러튼으로 이사왔다. 처음에는 이웃이 대부분 백인들이었고 지금은 한인들로 바뀌었다. 3~4년 전까지만해도 국경일에는 거의 집집마다 성조기들이 걸려 있었는데 차츰 줄어들더니 요즘에는 매우 드물어졌다. 지난 현충일 아침 성조기를 달러 나가보니 길 건너 한 집, 백인 집 문 앞에만 국기가 달랑 걸려 있었다. 문득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에게 현실적으로 국기가 태극기일까 성조기일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해외 근무나 출장 또는 유학을 와서 체류하는 한국인들에게는 미국은 당연히 일정기간 머물다가 가는 외국이다. 이 곳에 영주하는 한인 들에게도 한국은 본국이고 미국은 외국, 즉 남의 나라인가? 당연히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주권자들의 자제들도 미군에 입대, 이라크전에도 미국을 위해 참전, 전사도 하지 않는가. 요컨대 미국은 귀화시민은 물론 영주권자들에게 외국일 수가 없다.
2년 전 9.11 참사 2주년 아침 70대 후반의 절친한 이웃인 닐이 내게 물어왔다. “너희 한인들은 이곳에 살면서 9.11 참사에 관심도 없냐? 어떻게 한인 집의 어느 하나도 성조기를 달지 않을 수가 있는가? 이곳에 와서 기회와 자유는 누리면서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일 수 있는가?”
그는 한국전에도 참전했던 친한파여서 주변에 새로 오는 한인들을 많이 도와주곤 했는데 그 날은 매우 분개하고 있었다.
국기가 태극기냐 성조기냐 하는 문제는 별개로 하더라도, 미국에 사는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는 미 국경일, 특히 미국의 현재를 있게 하는데 생명을 바친 더구나 한국전에서 우리를 위해 희생된 젊은 병사들의 영령들을 추모하는 현충일에는 적어도 성조기를 달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한국을 떠나 와서 왜 미국에서 살고 있는가? 이 나라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기회와 자유를 제공하는 더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서 제공하는 자유와 기회는 다 이용하면서도 현충일 같은 국경일 날 성조기를 다는 성의조차 없다면 어떻게 미국사회의 일원이 될 수가 있고, 또 그렇게 미국인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겠는가. 닐이 한인 이웃들에게 가졌던 분개를 다른 미국인들이 갖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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