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포커스] ■ 시트콤의 몰락
’레인보우…’ ‘사랑도 리필…’ 등 높은 제작비에도 시청률 6~7%
소재 한계·기획력 부재가 원인, SBS는 사실상 장르 포기 선언
시트콤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시트콤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안방극장을 호령하며 인기 장르로 자리매김했지만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며 예전의 위세를 전혀 찾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2006년에 들어서는 방송되는 시트콤 거의 대부분이 참담한 성적표만을 받아 쥐어 장르가 막을 내리지나 않을까 하는 위기감마저 느끼게 하고 있다.
특히 국내 안방극장에 시트콤 전성기의 문을 열었던 SBS가 사실상 시트콤 장르 포기를 선언한 것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 근거를 더하고 있다. 지난 2005년 ‘귀엽거나 미치거나’ 이후 1년 가까이 시트콤 제작을 중단해온 SBS는 최근 시트콤 제작 의지가 없음을 공식화 했다.
김혁 예능국장은 “정말 획기적인 기획안이 나오지 않는 한 시트콤을 제작할 생각이 없다. 현재로선 편성 계획에서 시트콤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방송사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KBS와 MBC가 각각 1~2편의 시트콤을 제작하고 있지만, 이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레인보우 로망스’와 ‘소울메이트’ 2편을 방송중인 MBC는 ‘소울메이트’가 종영되는 6월 중순 이후 당분간 이 시간대에 시트콤을 배치하지 않을 계획이다.
KBS 2TV는 ‘사랑도 리필이 되나요’에 이어 ‘이달수 패밀리’까지 일일 시트콤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 또한 마지막 시험대로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무엇보다 시트콤의 부진한 성적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레인보우 로망스’, ‘소울메이트’, ‘사랑도 리필이 되나요’ 등 세편의 평균 시청률은 6~7%에 불과하다. 이는 교양 프로그램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제작비 투입 대비 성과도 극도로 낮다. 시트콤이 오락 프로그램의 2배가 넘는 제작비를 필요로 하는 점은 당연히 ‘시트콤 무용론’을 야기시킬 요소가 된다.
▲ 미국 인기 시트콤 ‘프렌즈’
그렇다면 시트콤은 완전히 수명을 다한 장르일까. 케이블 채널을 통해 소개되는 해외 수입 시트콤들이 얻는 인기와 관심을 고려하면 그렇게 단언할 순 없다.
‘프렌즈’, ‘섹스 앤 더 시티’ ‘앨리의 사랑 만들기’ 등 외국 시트콤들은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후속 시리즈도 꾸준히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결국 안방극장에서 시트콤의 위기는 국산 시트콤의 위기로만 귀결되는 셈이다.
국산 시트콤 퇴조의 주된 원인은 무엇일까. 소재 선택의 한계와 기획력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시트콤은 풍자와 패러디가 깃든 웃음이 담겨야 하는 점이 필수적이다. 때로는 과감한 성담론도 필요하다. 그러나 제약이 많이 따른다. 과감한 소재 선택에 대해 국내 정서는 그다지 관대하지 않다.
섭외의 어려움도 국내 시트콤 퇴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장르의 쇠퇴와 함께 인기 연예인들이 출연 섭외에 응하지 않는 빈곤의 악순환이다. ‘별들이 총총 박힌’ 해외 시트콤이 부러운 형편이다.
전성기 시절의 기억만으로 시트콤을 제작해 구색 맞추기에 급급하면 당연히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요즘 현실이 그렇다. 획기적인 기획에 대한 의지를 찾아 볼 수 없는 요즘 국내 시트콤의 앞 길은 막막하기만 하다.
문미영 기자 mymoon@sportshankook.co.kr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