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오랜만에 웃음을 되찾고 있다. 지난해 상주 참사와 ‘황우석 파문’ 등 각종 악재 속에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던 MBC는 독일 월드컵을 맞아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차차부자’란 애칭을 얻은 차범근-두리 부자가 해설을 맡은 중계방송이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면서 지상파방송 3사 중 월드컵의 덕을 가장 톡톡히 보고 있다.
또한 창사 45주년 특별기획드라마 ‘주몽’은 프로그램 주간시청률 1위에 오르며 인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월드컵 중계방송 관계로 잠시 방송을 멈춘 상태이지만 월드컵 이후에도 인기몰이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몽’과 월드컵의 ‘쌍끌이’를 계기로 MBC는 확실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월드컵 올인’이라는 시민단체의 비난 속에서도 토고전 승리 다음날인 14일에는 뉴스데스크를 8시부터 확대 편성해 월드컵 소식을 전했으며, 응원쇼와 특집 프로그램 등 각종 월드컵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전직원에게 ‘오! 대한민국’이 새겨진 붉은색 티셔츠를 나눠주며 월드컵을 사내 단합의 계기로도 삼고 있다.
물론 KBS와 SBS 등도 월드컵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MBC의 분전은 최근 계속된 침체와 월드컵의 환호가 극명히 대비되면서 더욱 두드려져 보인다.
MBC의 한 고위 관계자는 월드컵은 여러 가지 악재들을 털어내고 채널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각종 사고에 이은 ‘황우석 파문’으로 시청자의 외면을 받게 됐지만 이제 다시 시청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월드컵 이후. 월드컵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주몽’이 연말까지 방송되지만 다른 프로그램들이 같이 살아나지 않으면 그 의미가 퇴색된다. 지난해에도 MBC는 ‘내 이름은 김삼순’과 ‘굳세어라 금순아’가 고군분투했지만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MBC는 월드컵 직후 프로그램 개편을 실시할 예정이다. 새로운 오락프로그램이 신설되며 새 일일드라마와 일일아침드라마, 주말드라마도 7~8월 중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주간단막극의 신설과 사전제작 드라마 제작도 추진 중이다. 보도부문에서는 팀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MBC 내부에서는 일단 월드컵과 ‘주몽’의 성공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한다. 최악의 부진 속에서 시청률 상승을 위해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는 벗어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승세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월드컵 특수’로 인한 일시적인 효과일 뿐 근본적인 변화는 아니라는 말이다.
한 MBC 직원은 월드컵 방송의 인기는 근본적인 경쟁력 향상과 무관하며 등을 돌렸던 시청자들이 돌아왔다고 보기도 힘들다면서 월드컵에 사운을 걸 것이 아니라 더욱 공영성과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 SBS와 자존심을 건 월드컵 대전에서 선전하고 있는 MBC는 절호의 기회를 살려 재도약에 성공할지, 다시 월드컵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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