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혼기 놓친 자녀들의 천생배필을 찾아주기 위한 부모들의 모임에 취재 차 참석했다.
“딸인데요… 학생 때는 공부하랴, 졸업후에는 직장 다니랴, 도무지 사람 만날 시간이 없어서… 어느새 서른 살을 훌쩍 넘겨버렸답니다…”
자녀의 프로필을 소개하는 시간이 되자 한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딸에 대한 소개를 시작했다. 서른 다섯, 마흔이 넘는 자녀를 소개하는 부모들은 모두 부끄러운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부모가 신경을 못 써서 이 나이 되도록 자녀의 짝을 지어주지 못해 안타까우면서 민망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 날 모임에는 아들을 둔 부모들도 상당수였으나 특히 딸을 둔 부모들의 태도는 확실히 저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한국의 한 여성지 편집장은 편집후기에서 아들과 딸의 결혼을 앞둔 한국 부모 태도의 차이를 지적했다. 그의 지적에 따르면 딸을 시집 보내는 한국 부모들은 사돈에게 하나같이 “저희 아이가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도 예쁘게 봐 주세요”라며 저자세를 유지하는데 반대로 아들을 장가보내는 부모들은 “요즘 아이들이 다 그렇지요. 걱정 마세요”라며 사돈을 안심(?)시킨다는 것이다. 할 줄 아는 것이 없기는 아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아들을 장가보내면서 죄스러운 마음을 갖는 부모는 그리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딸 가진 죄인’이라는 말이 있다. 딸을 시집 보내는 부모는 상대방 부모에 비해 뭔가 죄 지은 듯한, 저자세가 되는 묘한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물론 아들 딸 모두 가진 부모들 중 딸 시집 보내는 마음으로 며느리를 맞는 훌륭한 부모들도 있지만 딸을 시집 보내는 부모들이 아들을 장가 보내는 부모들보다 뭔가 아쉬운 입장이 만연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딸이 나이가 많은 경우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하다. 결혼정보회사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여성 회원의 경우 나이가 많으면 상대방을 연결해 주기가 쉽지 않은데 그 이유는 남성 회원들 혹은 부모들이 자기 자녀는 30세건 35세건 40세건 상대방은 하나같이 20대 후반을 찾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독신주의자는 아니지만 배우자에 대한 기대치가 높거나 자신의 일에 몰두한 나머지 ‘나 홀로 족’을 자청하는 전문직 독신 여성들이 늘고 있고 커리어에 몰두하다 보면 당연히 혼기를 놓칠 수 있으며 배우자를 찾는 시기도 늦어질 수밖에 없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문명이 지나치게 발달하다 못해 사람이 문명을 쫓아가기조차 숨찬 21세기에도 이상하리만큼 정체돼 있고 변하지 않는 것이 한인들의 혼사 관련 문화인 듯하다. 아들보다 더 귀하게 기르면 길렀지 결코 쉽게 기르지 않았을 금쪽 같은 딸. 아무리 능력 있고, 외모가 훌륭하고 인품이 훌륭해도 혼기 놓친 딸을 가진 것이 죄가 되는 현실에 씁쓸한 마음이 든다.
홍지은
특집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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