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태어난 중산층은 인종에 관계없이 고된 육체노동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지적된다.
리버사이드에서 조경회사를 운영하는 신디 스몰우드(왼쪽)는 시간당 34달러를 준다고 해도 직원구하기가 어렵다고 한숨이다.
신디 스몰우드(54)는 리버사이드에서 자그마한 조경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비즈니스를 조금씩 키우기 위해 직원을 모집하고 있어도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뜨거운 태양아래서 묵묵히 온종일 삽질을 해야 하는 일이다. 시간당 34달러를 지급한다고 해도 사람이 오지 않는다. 사람들이 이 회사를 몰라 찾아오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경제가 건실한 성장을 하고 실업률이 낮다는 점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신디는 굳이 고된 일을 한다는 사람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부시 행정부가 제안한 ‘손님노동자’(guest worker) 프로그램도 이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임금이 많아도 미국인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들을 하려면 외국 노동자를 ‘수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 중산층, 인종 관계없이 힘든 육체노동 기피 완연
조경회사 시간당 34달러 제의해도 구인난에 한숨
백인 ‘희귀종’전락, 1960년대 국제결혼 부부 취급
‘손님노동자’프로그램 시행 안하면 관련업계‘직격탄’
이프로그램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불법이민자들의 값싼 노동력이 아니었다면 미국인들이 고된 일들을 마다 않고 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신디도 불법이민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길을 터준다는 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지만 현실적으로 ‘손님노동자’ 프로그램에 우호적이다. 이 프로그램이 시행되지 않으면 신디의 회사는 일꾼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신디는 현재 12명인 직원을 연말까지 20명으로 늘릴 예정이지만 녹록치 않다. 캘리포니아 조경업계 종사자 가운데 라티노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불법이민자가 약 25%될 것으로 추산된다. 즉, 만일 정부가 불법이민자 단속을 강화하면 업계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신디의 회사에는 백인이 1명뿐이다. 그것도 엔지니어다. 다른 직원은 모두 라티노다. 다만 이 회사에는 불법이민자는 없다. 신디의 회사 직원이 되려면 국경인근 프리웨이 검문소를 마음대로 다녀와도 탈이 없어야 한다. 불법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샌디에고에 사는 컨트랙터 짐 뉴슨은 “이 업계에서 백인을 보면 과거 1960년대 국제 결혼한 부부를 보듯 신기하게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된다”고 했다. 그만큼 희귀하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에서 태어난 중산층은 인종에 관계없이 힘든 일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신디는 정부하청업체이기 때문에 주정부가 정한대로, 경험자에겐 시간당 34달러24센트를 초보자에겐 14달러17센트를 지불해야 한다. 정부와 거래를 하지 않는 조경회사를 운영하는 봅 웨이드는 초보자에게 시간당 8달러50센트를 준다. 신디는 임금 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는다. 직원들이 몰려들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돈은 많이 준다고 해도 직원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지난해 7월 1일 신문에 구인광고를 내 2명이 관심을 보였다. 이 가운데 한 명을 채용했다. 그런데 그 직원이 집 근처 직장으로 간다며 수개월 만에 떠났다. 새크라멘토 북부 치코에서 조경회사를 운영하는 캐시 거니는 시간당 15-25달러를 지불하겠다며 수퍼바이저를 모집하려 했으나 단 한 명도 적임자가 없었다고 했다.
UCLA 경제학자 크리스토퍼 손버그 박사는 불법이민자들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신디의 생각도 비슷하다. 미국인들이 고된 일을 마다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자동차 내부 장식 일을 하는 베니 그레이(48)는 1년에 6만달러를 번다. 신디의 조경회사에 가면 돈을 더 벌겠지만 일이 너무 힘들어 보여 내키지 않는다고 실토했다. 베니는 “나의 부모님들은 농장에서 온종일 일했다. 나의 어머니는 지금도 당시 손과 발이 부르텄던 것을 얘기하곤 한다”고 했다. 요즘 미국인들이 힘든 일을 꺼리는 경향을 보인다는 주장을 부인하지 않았다.
존 매케인 연방상원의원이 의회에서 동료들에게 ‘손님노동자’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여러분들은 시간당 50달러를 준다고 해도 농장에서 상치를 따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이곳저곳에서 수군댔다. 매케인의 발언에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매케인이 살짝 말을 바꿨다. “여러분은 그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의도적으로 자발적으로 고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의미로 뒤집었다. 그러나 매케인이 본심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그저 무마용 수사였을 뿐이다.
아무튼 손님 노동자 프로그램을 둘러싼 공방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미국인들의 노동 가치가 변했고 불법이민자들의 대거 유입에 따른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로 인해 힘든 직종에 대한 기피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심화되지 않는다 해도 지금 상태가 가까운 장래에 호전 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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