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24일자 문화마당에 50이 넘은 나이에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고 있는 두 여성의 얘기가 실렸다. 한 사람은 아이들이 대학과 대학원을 마친 류민희씨로, 류씨는 한국의 ‘수필문학’ 신인상에 당선되며 수필가로 등단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환갑을 넘긴 나이에 AIU 대학에 들어가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리사 이씨.
두사람 다 젊은 시절 한때 글쓰기와 그림 분야에서 나름대로 재주를 발휘하기도 했지만 이민과 결혼 생활 등을 이유로 자신의 취미와는 거리가 멀어졌던 사람들이다. 그러다가 30년만에 자신의 재능을 재발견하고 뒤늦게 꽃 피우기 시작했다.
기사가 나간 이번 주에는 한 독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영화 시나리오를 썼는데 한번 읽어봐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 독자는 미국에 이민 온 지 30년이 다 돼 가는 50대 중년부인. 지난해부터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거나 번역된 문서 공증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간 나는 틈틈이 평소 써보고 싶었던 시나리오에 도전했다.
시나리오는 28세의 한인 청년이 불법으로 캐나다 국경을 넘어와 한인타운 바디샵에서 일하며 겪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아마추어 냄새가 물씬 풍기지만 완성도가 꽤 높다. 시나리오는 영화제작자에게 보내져 영화로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앞서 예를 든 3명의 한인 여성 모두 그냥 평범하게 주부로 늙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식들 때문에, 혹은 다른 이유로 하지 못했던 나 자신이 원하는 일에 과감히 도전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인생 후반전을 멋지게 펼쳐나갈 수 있게 됐다.
최근 LA를 찾은 한 인사는 “LA한인들은 가장 넓은 세상에서 가장 좁게 살고 있다”고 꼬집었다. 남자들은 골프에, 여자들은 비디오가 인생 전부인 양 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한인들이 이민 와서 자식 키우고 영어 공부하느라, 자신은 잊고 사는 모습을 본다.
20년 동안 작가 지망생과 작가들을 가르쳐 온 로버타 진 브라이언트는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라는 책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작가는 오늘 아침에 한 줄의 글을 쓴 사람이다.” 브라이언트에 따르면 류씨와 이씨, 그리고 시나리오를 쓴 독자는 모두 당당한 작가요, 화가다. 혹시 젊은 시절 간직했던 꿈들을 이루지 못한 것을 후회만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작가는 바로 오늘 아침에 한줄의 글을 쓴 사람이라고. 그리고 지금 당장하라고.
clee@koreatimes.com
정대용
특집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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